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내에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국에 금융 위기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9월 위기설'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통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지난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상황과 판박이다. 당시 금융 위기는 태국의 바트화 폭락에서 시작돼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상륙했다. 당시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금융 상황은 일단 이들 신흥시장국들과 달리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외환 보유액도 7월 기준 3천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이고, 97년 외환 위기의 뇌관이었던 단기 외채도 외환 보유액 대비 37%로 안정적이다. 경상수지도 신흥국과 달리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정 건전성도 양호한 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와 같은 AA-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투자자들이 한국을 불안하게 본다면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97년 당시 펀더멘털이 양호했지만 외환 위기를 피하지 못했던 이유다. 1천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 2%대 아래에서 횡보하고 있는 장기 저성장, 복지 확대와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압박 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볼 충분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자본시장 자유화로 외국 투자자의 놀이터가 되다시피 한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성이다. 7월 말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 자금은 488조 8천780억 원으로 2008년 말보다 무려 186.4%나 증가했다.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커졌다는 얘기다. 이런 취약점을 감안하면 너무 불안해할 필요도 없지만 낙관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금융 위기는 매우 전염성이 강하다. 따라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불안하게 보지 않도록 펀더멘털 건전성을 확고하게 유지해 한국이 왜 신흥국 시장과는 다른지를 투자자들에게 잘 인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위기 발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미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단계적 대비책도 마련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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