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있는 양건 감사원장이 23일 전격사퇴하고 26일 이임식을 가짐에 따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떠으로고 있다.
지난 MB 정부 때 임명된 양 전 원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교체논란이 일었지만 중도하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교체해 온 전임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임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3차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원의 '코드감사'논란이 빚어졌고 급기야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이 '정치감사'라며 양 전 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등 여권 내 갈등양상을 노출하기도 했다.
물러난 양 전 원장은 이임식을 통해서도 사퇴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갈등을 지적하면서 청와대의 압력설을 제기하는 등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문제를 정치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당혹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양 원장의 사퇴배경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에 임명하려 한 것에 대해 양 전 원장이 거부감을 표명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이는 감사위원 임명은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기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후속 감사위원 인선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양 전 원장의 사퇴배경에 대해서는 인사갈등과 4대강 감사를 둘러싼 코드감사 논란, 여권 내부의 권력 다툼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양 전 원장을 유임시키기는 했지만 4대강사업과 원전비리 및 전직대통령의 추징금 문제 등에 대해 과거정부와 달리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직전 정부에서 임명된 양 전 원장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왔다'며 MB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하자 친이계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의 공세보다도 여당 인사들의 비난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양 전 원장은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게 되자 자진사퇴의 명분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양 전 원장 조기 사퇴를 계기로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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