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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1급' 소년이 부른 '하늘나라 동화'…박한준 군

대구 사월초교 6학년 박한준 군…대구가톨릭대 음악경연 성악 3위

청각장애 1급을 딛고, 이달 10일 일반 음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박한준 군이 음악지도를 담당한 김남수
청각장애 1급을 딛고, 이달 10일 일반 음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박한준 군이 음악지도를 담당한 김남수'이선경 씨 부부의 지도로 '하늘나라 동화'를 부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쪽 귀는 아예 안 들리고, 수술한 한쪽 귀로만 듣지만 전 할 수 있어요!"

음정은 고사하고 남들 앞에서 소리 내는 것조차 어색했던 박한준(12'대구사월초교 6년) 군이 이달 10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열린 제39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하늘나라 동화'를 불러, 성악 부문 3위에 입상했다. 청각장애 1급의 학생이 이 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4세 때 계단에서 떨어져 청력을 잃는 사고를 당한 박 군은 5세 때, 한쪽 귀에만 와우 수술(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고 난 후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게 됐다. 박 군의 어머니 김은실 씨는 처음엔 '왜 내 아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하늘을 원망했지만, 와우 수술 이후 한준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가정에 더 큰 감동과 행운을 안겨 주시려고 아픔을 주셨나 보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청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박 군이 음악에 본격적으로 입문해, 콩쿠르 3위에 입상하게 된 배경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박 군은 지난해(5학년) 음악시간에 큰 상처를 받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음악 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너는 참 이상하게 노래를 하는구나!'라고 말씀하셨어."

이 상처는 1년 만에 영광이 되어 돌아왔다. 음악 시간에 아들이 상처를 받은 것이 가슴 아팠던 박 군의 어머니는 청력을 잃은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음악학원을 수소문했다. 때마침, 박 군의 누나와 친한 친구의 부모가 운영하는 음악학원을 찾았다. 경산의 '명음 클래식 스튜디오'였다. 김남수·이선경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음악학원으로, 남편 김 씨는 성악, 아내 이 씨는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했다.

이 부부는 음악을 배우러 온 박 군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쳤다. 처음엔 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 음정을 잡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 이후 박 군은 맑은 감성과 감동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1년 만에 일반 콩쿠르에서 3위라는 기적 같은 입상을 해냈다.

어머니 김 씨는 "두 선생님의 헌신적인 가르침과 한준이의 노력이 더해져 장애를 딛고 감동 스토리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더불어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과 믿음을 준 아이 아빠, 항상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서영란 선생님, 한준이의 귀를 열어준 김성희 주치의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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