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용카드 '고무줄 혜택' 없앤다

어렵사리 취업관문을 통과한 김상훈(30) 씨는 지난해 초 문화'여가활동이 많은 젊은 직장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할인혜택을 준다는 광고를 믿고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그런데 김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준비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활용해 할인이 가능했던 숙박시설들이 올해부터는 제값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카드사와의 제휴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카드사에 항의했지만 '이미 회원님의 이메일을 통해 관련 내용이 공지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정부가 올해 말부터 카드사들이 마음대로 부가 혜택을 줄일 수 없도록 대책을 마련한다. 금융감독당국이 부가 혜택이 잔뜩 담긴 카드 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했다가 슬그머니 줄이는 카드사의 횡포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업계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해 부가혜택 의무 유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여신금융전문업 감독 규정은 신규 신용카드 상품 출시 후 1년 이상 부가 혜택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카드사가 상품 수익성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6개월 전에 고객에게 알리고 바꿀 수 있는 단서조항이 있다.

문제는 신용카드사들이 이 단서조항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급할수록 적자가 나는 카드 상품을 출시해 회원들을 끌어들인 뒤 부가혜택을 무차별적으로 줄이는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우리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을 핑계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걸쳐 기존의 부가 혜택을 50% 이상 줄였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마일리지, 포인트, 할인 등을 쓰기 어려워졌다.

이에 고객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신용카드 민원은 9천675건으로 전체 민원의 10.4%를 차지했다.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카드사의 일방적인 부가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이 민원 대부분이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