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중 덕행은 안연과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고 언어는 재아와 자공, 정사(政事)는 염유와 계로, 문학은 자유와 자하가 뛰어나다고 했다. 덕행'언어'정사'문학 등을 공문사과(孔門四科)라고 하는데 공자의 가르침이 집약된 것이다. 이 열 명의 제자를 흔히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 부르는 데서도 제각각 학문의 성과가 남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문학은 고전에 박식한 것을 의미하고 언어는 정치적 조정력이나 외교 능력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말재주다. 외교상의 언사(言辭)라고 풀이하는 후대 유학자도 있다. 논리가 정연하고 말솜씨가 있어야 상대를 다룰 수 있고 정치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장자'에는 위나라 군주에게 잘못을 간언하러 가려는 안연을 공자가 말리는 장면이 있는데 말재주가 서툰 안연이 포악한 군주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공자가 덕이나 더 닦으라고 면박을 주는 대목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문자로 옮긴 말이다. 가벼운 혀 놀림처럼 글이 해괴하고 억지스러우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더욱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결국 글쓴이의 인격과 글의 가치만 떨어뜨리게 된다.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나치 수용소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는 내용의 사진과 기사가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아베가 배워야 할 자세'라는 타이틀로 크게 나가자 일본 언론이 걸고넘어졌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구로다 가츠히로 서울지국장이 대표적으로 발끈한 인사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독일을 배워야, 전범국 비난은 중대한 오해'라는 24일 자 칼럼에서 "일본이 과거 한민족에 대해 나치 같은 짓을 했을까? 한국은 일본의 지배, 통치를 받는 식민지가 되었지 2차 대전에서 일본과 싸운 것은 아니다. 거꾸로 일'한은 함께 미'중 등 연합국과 싸웠다는 것이 실태"라고 했다.
아무리 역사 인식이 없고 사실에 어둡다 해도 명색이 언론인의 사고가 이렇다면 대다수 일본인은 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어저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최근 동북아 현안에 대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깊은 성찰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자 일본 각료들이 벌떼처럼 중립 의무 위반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황당한 논리와 글재주가 일본에서는 먹히는 현실이니 공자가 나서도 답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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