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택형 수능 1년만에 폐지, 조변석개 '빵점' 입시정책

"문·이과 통합 등 현실 외면" 일선고교 수능개선안 비판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 제도 발전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입 1년 만에 선택형 수능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데 이어 성취평가제 도입 유예, 문'이과 통합 방안 등에 대해서도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013학년도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국어, 수학, 영어를 수준에 따라 A'B형 가운데 골라 치르도록 한 선택형 수능. 이번 개선안은 A'B형 간 난이도 조정, 가산점 반영 비율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어 과목을 단일 유형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첫 도입하는 방식인데 시행하자마자 바뀌게 됐다.

대구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개선안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선택형 수능을 준비해온 학생들이 덮어쓴다"며 "이럴 거라면 당초에 제도를 왜 바꿨는지, 바꿀 때 발생할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입 전형 간소화 방안의 하나로 구술면접이나 적성고사를 폐지하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혜화여고 박재완 교사는 "지금도 각 대학은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을 낮게 잡고 논'구술 등 대학별 고사와 수능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현실"이라며 "교육부가 학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면 대학들은 수시모집 대신 수능을 주요 전형 요소로 하는 정시모집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2017 수능 개선 방안 중 문'이과를 융합하겠다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문과생은 과학, 이과생은 사회 과목에 더 응시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뿐만 아니라, 수학이 현재 문과형 수준으로 하향 단일화되면 가뜩이나 이공계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이 떨어져 골치를 앓고 있는 대학들로선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번 수능 개선안은 이달 중순 교육부가 내놓았던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 달서구 한 고교 교사는 "교육부는 외국어고가 이과반이나 의대 준비반을 운영하면 지정 목적 위반이라며 성과평가 기한(5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는 문'이과의 경계를 무너뜨려 외국어고가 이과 계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이번 방안과 상충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예고대로 내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산정하는 '성취평가제'를 내년 고1부터 적용하지만 대입 반영은 2019년까지 유예하겠다는 것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내년부터 고교 현장에서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데도 정작 대입 반영을 5년이나 미룬 것은 성취평가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부 스스로 불신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했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내년 고1부터 2009 개정교육과정을 도입해 모든 과목을 선택형으로 하고 소수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성취평가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입시와 교육과정의 평가 방식이 충돌해 혼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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