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개인'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민족까지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소통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네트워크는 또 다른 네트워크를 낳고, 수많은 네트워크가 모여 하나의 허브를 만들고, 서로 다른 허브들이 연결되어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제 사람들이 국경과 국적, 시간과 공간, 언어와 문화, 심지어 이념과 종교의 벽을 넘어 작은 것 하나라도 공감하고 공유하는 개방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1=2로만 인식되던 것이 100도 되고 무한대(∞)도 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한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보자. 150여 년 전, 당시 조선사회에서 전개되었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하에서 어쩔 수 없이 내 나라를 등져야만 했던 해외 이주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하와이 멕시코 등지로 제법 큰 규모의 집단 이주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졸지에 외지에서 나라 없는 백성이 되고 만다. 일제강점기에도 강제 동원, 강제 이주, 징병 등등의 이유로 원하지 않는 해외 이주가 계속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해방이 되었지만 이들은 남북이 갈라지고 국경이 가로막혀 돌아오려야 돌아올 수 없었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사람들의 해외 이주는 계속되었다. 해방 전 이주는 자기 의사에 반한 이주였거나 국내 사정이 워낙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강제 이주라면 해방 이후의 이주는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해외 이주라는 차이가 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난 사람들과 그 후예들이 오늘날 전 세계 170여 개국, 72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념의 대립, 교통과 통신수단의 제한으로 인한 공간과 거리의 장벽 등의 이유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외동포란 그야말로 바다 건너 국경 너머 살고 있는 멀어진 친척쯤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태평양바다 건너에서, 중앙아시아와 동북만주에서, 일본열도에서, 그리고 5대양 6대주 이역의 땅에서 우리와 아무런 관계없이 살고 있을 걸로 생각했던 나라를 떠난 이들과 그 후손들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뿌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쿠바의 한인 후손 3, 4대들이 인천의 이민박물관을 방문해 100여 년 전 제물포를 떠났던 선조들의 사진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장면은 그들이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는 한민족의 후손임을 말해준다. 또 특기할 만한 것은 한인들 대부분 어느 곳이고 할 것 없이 각자의 거주국에서 성실과 강인함으로 수난과 차별을 극복하고 주류 사회 속으로 꾸준히 파고들어 오늘날의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그들은 모국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변화'발전하고 이제 국가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직 우리 주변에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재외동포 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복수국적 허용 연령 확대, 우수 동포인재 유치, 한글 교육 및 한국 문화'역사교육 확대, 분야별 전문 네트워크 확충 등 재외동포를 싸안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해외동포를 품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디아스포라를 글로벌한민족공동체라는 큰 틀 안으로 통합하려는 뜻있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민족 네트워크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잠재력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눈과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정부는 국익과 국민 행복의 관점에서 정책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재외동포의 정체성과 뿌리 의식을 함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더 큰 대한민국, 희망의 새 시대'의 든든한 후원군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와 시각이 요구된다.
조규형/재외동포재단이사장·전 주 브라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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