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0.5초만 찡그리면 생명 살려" 35년간 265회 헌혈 박규태 씨

어릴 적 허약, 지금 되레 건강회복…봉사마일리지도 1만3천 시간 달해

35년간 265회 헌혈한 박규태 씨가 헌혈증서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35년간 265회 헌혈한 박규태 씨가 헌혈증서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헌혈을 하고 나면 항상 좋은 기분이 들어요. 피를 나눠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지역에 위급 환자를 위한 혈액 재고량이 부족한 가운데 35년간 265회나 헌혈한 생명 나눔 어르신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 북구 태전동에 살고 있는 박규태(60) 씨. 직장에 다니던 26세부터 헌혈을 시작한 그는 환갑의 나이인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은 헌혈하고 있다. 젊은이들도 매달 2회 정도 헌혈하기란 쉽지 않다. 그가 35년 동안 나눈 헌혈량은 무려 11만1천300㎖에 이른다. 그의 수첩에는 헌혈한 날짜들이 빼곡히 적혀 있고 다음 헌혈할 날짜도 체크돼 있다. 그는 26일에도 헌혈의 집 중앙로센터를 찾아 헌혈했다. 헌혈증서 265장 가운데 대부분 헌혈증서는 위급한 환자를 위해 기증했고 아직도 100여 장을 보관해 있다. 그의 얼굴은 수많은 헌혈로 생명을 나눠서인지 밝기만 했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수혈용 혈액 재고량이 5.5일분으로 적정 재고량 7일분에 크게 밑돌아 비상이다. 대구경북혈액원은 혈액 재고량을 늘리기 위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헌혈 이벤트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헌혈하는 사람은 용기가 필요해요.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 0.5초만 찡그리면 됩니다."

그는 경북대병원 근처 동인동에서 태어났다. 병원을 오가는 앰뷸런스 소리와 다친 환자를 자주 보면서 피의 소중함을 알게 돼 헌혈을 시작했다는 것. 그가 35년간 오랜 세월 헌혈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그는 헌혈 3일 전부터는 반드시 미역국을 먹는다고 한다. 철분을 보충해 빈혈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리고 채혈침대에 누으면 나름대로의 습관도 있다. 주삿바늘을 찌르는 순간 따끔함을 잊기 위해 손톱으로 자신의 피부를 꼬집는다는 것. 그는 어릴 적 몸이 매우 약했다고 한다. 헌혈을 시작한 이후로 오히려 건강을 회복했다. 헌혈을 위해선 철저한 자기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평소 짠 음식과 고기 섭취 등을 삼가고 꾸준히 운동도 했다. 이제 그에게 헌혈과 건강은 뗄 수 없는 필연적 관계가 됐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헌혈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헌혈한 당일만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 건강은 정상적으로 회복됩니다."

그는 대구경북 다회 헌혈자 모임인 '모두사랑봉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모두사랑봉사회'는 2004년 헌혈 100회 이상 사람들 모임으로 헌혈 캠페인 활동과 헌혈의 집에서 헌혈자 안내를 돕는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다회 헌혈로 1996년 헌혈유공장 은장, 1998년 헌혈유공장 금장, 2007년 세계헌혈의 날 대한적십자 총재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회봉사활동도 헌혈 못지않다. 2007년부터 수성구 고산어린이도서관, 신천3동 작은도서관을 거쳐 현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어린이 도서정리 봉사를 하고 있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어르신 탁구'포켓볼 지도봉사도 오래 했다, 봉사 마일리지가 1만3천시간에 이르는 그는 자원봉사자대회에서 마일리지 왕에 두 번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선친부터 60년 매일신문 독자로 매일 건강'여행 정보 등 스크랩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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