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을 만큼 참았다, 선물 없으면 어려워질 것"

새누리당 현장최고위원 회의, 역차별·지역 소외 울분 토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대구경북지역을 찾은 28일. 지역 곳곳에는 이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지역이 보여준 '조건 없는 애정'에 화답하듯 당 최고위원 등 대표단들은 '감사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감사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작심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경제, 인사 등 각종 부문에서 '역차별'을 받아왔던 지역이기에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지역 의원 26명 가운데 19명이 참석해 앞다퉈 발언하느라 회의는 예정시간을 넘겼고, 일부 일정은 취소되기도 했다.

여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보기 힘든 뜨거운 열기는 지역의 울분을 반영한 것이었다. 대구의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며 뼈 있는 말문을 연 주호영 시당위원장은 "명절 때 어쩌다 한 번 선물 들고 찾아오는 자식에게 혹해서, 늘 고향과 선산 지키며 부모 모시고 사는 자식을 안 알아주는 그런 심정이다"고 비토했다. 주 위원장은 대구가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전국 꼴찌라는 점을 들어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남부권 신공항, K2전투비행장 이전, 첨단의료복합단지 조기 완성 등에 대한 보증을 촉구했다.

이철우 도당위원장도 "지역에서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포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대구경북은 한다고 하면 하는 곳이고, 참을 만큼 참았다.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우리도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이 위원장은 남부권 신공항과 함께 경북북부지역의 SOC사업과 천년고도 경주의 왕궁 유적 복원 등으로 문화융성시대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정희수 의원(영천)은 여기에 덧붙여 포항 국제항만 개발을 건의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는 점을 인식해 달라"며 현안 보고를 마무리 지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대구 북을)은 15대 총선 당시 강재섭 의원을 제외한 모든 현역 의원이 교체된 것을 상기시키며 다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기(勝機)를 놓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역차별'과 '지역 소외'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대구 동을)은 "지역 공약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데,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역 공약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4, 5개년 지역 공약 재원 마련 계획을 만들어 선거 전에 발표할 것을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또 "2년 전 이명박정부 당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공항을 만들어) 활주로에 고추 말리려고 하나'고 하는 발언이 있었다"며 중앙당 차원의 관심을 요구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도 마찬가지였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청와대 수석과 당직자 중에 대구경북 출신이 없고, 장관 중에도 30년 전에 고향 떠났던 사람 한 명 있다"며 "80% 대통령을 만든 지역에서 이런 인사 역차별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봇물 터지듯 나온 불만에 어쩔 줄 몰라하던 황우여 대표는 결국 "우리 안방에 왔나 했는데 오늘 최고위가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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