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상담뜨락을 들어선다. 그녀의 얼굴이 싱그럽게 피지 못한 채, 창백함으로 스민 사연은 안타깝게도 예비신랑의 일방적인 사랑의 배신이다.
한때 그들의 사랑이 꽃망울을 틔울 땐 이 넓은 세상에 보이는 것은 단지 상대뿐이었단다. 아침에 새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세상의 전화벨 소리는 상대가 자신을 찾는 예감의 소리로 들려 세상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세계로 지각되는 시기가 있었단다.
그러나 그 마음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일까. 안타깝게도 '시각'이 발달된 남성의 눈에는 그녀가 아닌 새로운 여성의 매력이 가득 들어오고 그로 인해 자신의 시각에 식상하게 익숙하기만 한 그녀를 잠시만, 잠시만 떠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애초에 맹세했던 두 사람의 사랑의 탑이 조금씩 무너진다.
이런 이유로 연애관계에서는 버려짐을 당하는 사람의 마음이 떠나는 쪽보다 더 힘들기 마련인가 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신부들은 자신을 떠난 사람을 원망하지도 못하고 잊지도 못하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떠나는 이가 남긴 '말' 때문이었다.
그가 떠나가면서 남긴, '떠남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는 그 '궁색한 한마디'는 이미 폐허가 된 스산한 과거의 땅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깊은 우울을 앓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미국 심리학자 오슈벨 교수의 성심리이론에 '여성은 청각에 약하다'란 말이 있다. 여자는 청각 의존도가 높아 자기의 존재가치를 귀에 들리는 '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라는 뜻이리라. 그래서일까. 그녀가 결국 자기를 떠나간 남성을 단지, '너를 사랑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그 '허상'의 말에 자극받아 여러 해를 묶여 쉽게 그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허상으로 된 말의 실체는 '사랑의 잔여 감정'이 아니라 그녀를 보다 안전하게 버리고 탈출할 수 있는 그의 '궁핍한 인격의 잔여물'임을 깨닫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지만 사랑의 허상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그녀에게 새로운 행복을 가지도록 도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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