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쉰한 살인 조일민 씨. 그는 산노래를 즐겨 부르는 가수다. 산노래를 보급'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산 관련 행사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반주기 없이 순수 통기타와 하모니카 만으로 노래를 부른다. 시간이 나면 카페에서 노래한다. 노래로 손님과 밀고 당기며 호응을 얻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30여 년 동안 무대에서 터득한 노하우다. 산노래만 부르지 않는다. 1970, 80년대에 유행했던 포크송과 올드 팝송도 그가 즐겨부르는 레퍼토리다. 신명이 나면 민중가요도 목소리 높여 부른다.
조 씨는 오늘도 산노래를 부른다. 1천만 명 등산인들이 유행가 대신 산노래를 부르며 산을 찾기를 희망한다. "산노래는 산에서 부르는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유행가도 아닙니다. 산노래에는 산에 대한 경외심, 등산의 애환 등이 담겨 있는 우리 민족만이 부르는 고유한 노래입니다."
조 씨는 우리 산노래는 서양의 요들송과 다르다고 했다.
"우리 산노래는 산속에서 몸과 마음을 닦아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도전 정신으로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산악인들의 진취적인 기상이 담긴 노래"라고 했다. 아름답고 친근한 산을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오르며, 험준한 산등성에서 예기치 못한 고난에 처할 때 용기를 북돋우고 마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노래라는 것. 때로는 자연에서 편안한 휴식을, 그리고 추억이 깃든 지난날의 등산을 생각하며 즐거웠던 산친구를 회상하는 산악인들의 낭만이 담긴 아름다운 시가 바로 산노래라고 했다.
요들송과는 다른 우리노래 복원
산노래는 등산 중이나 하산 중에, 또는 야영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함께 불러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서가 많이 부족해서 옛시절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언젠부턴가 서정적인 산노래는 사라지고 산정에서 유행가만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리고 힘을 솟아나게 하는 훌륭한 산노래를 보급'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산노래 전문사이트 위드마운틴 홈페이지(www.withmt.com)도 개설했다. 위드마운틴은 노래의 유래와 가사, 악보가 있어 부르기가 쉽고 동영상을 통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그는 잊혀져 가는 산노래를 찾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구전돼 온 산노래를 모아 악보를 그리고 있는 작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또 산노래 CD와 DVD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작사, 작곡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었다. 나아가 기타 지도와 공연은 물론 올바른 등산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행사에 단골로 초청돼 산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조 씨는 산노래의 가치를 알고 산노래를 즐기고 있는 단체는 음주가무가 줄어들고 올바른 등산문화가 정착되고 있고 했다.
조 씨는 요즘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옛 대구학원 옆에 있는 카페 '사과나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산노래의 굿판을 만들기 위해 카페를 차린 것이다. 오후 7시부터 11시 30분까지 하루 서넛 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산노래 외에 주로 부르는 곡은 김정호와 양희은, 송창식'윤형주, 김세환 등 통기타 가수들이 1970, 80년대에 부르던 포크송이다. 사이먼과 가펑클, 비틀스, 비지스 등이 부르던 올드 팝송도 즐겨 부른다. 그래서 카페에는 486, 586세대 손님이 많이 찾는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젊었을 당시 민족과 핍박 받는 사람들을 위해 불렀던 민중가요를 부르기도 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광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를 부르면 따라 부르는 손님들도 많아요. 모두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말이죠."
통기타 전용 캠핑타운 설립 꿈
그의 옆에는 가수 이현숙(46) 씨가 있다. 통기타로 함께 노래를 불러온 지 8년째다. 구수한 저음의 조 씨와 달리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다. 저음의 조 씨와 잘 어울린다. 이 씨는 은희와 박인희, 이연실, 남궁옥분 등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 물론 조 씨와 함께 올드 팝송과 산노래, 민중가요를 부르기도 한다. "산노래와 민중가요의 경우 조일민 씨처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노래 자체에서 힘이 느껴져요."
조 씨는 통기타의 매력에 대해 "통기타는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요. 주어진 악보대로 부르지 않고 그날 감정에 맡겨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이 살아있다 보니 손님에게 전달되는 느낌도 달라요. 손님과 교감, 그게 매력이죠. 뭐."
조 씨는 정서가 메마른 사람은 산에 오를 준비가 덜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산쟁이들의 정서가 산과 무관하지 않은 이상 산이 음악의 소재로 등장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산노래 보급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기타 전용 캠핑타운'을 설립하고 싶다고 했다. "캠핑장에 가면 아빠는 술, 엄마는 수다. 아이는 스마트폰에 집중해 서로 대화가 없습니다. 소통과 함께 추억과 낭만을 만들고 싶어요. 통기타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데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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