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에서 올바른 사고와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정보다. 따라서 통계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하며, 이용자들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특별한 목적하에 의도적으로 각색된 통계를 가지고 팩트(fact)라며 마법의 도구인 양 '통계'를 남용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가끔 접하게 된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라틴어의 statisticus(확률) 또는 statisticum(상태), 이탈리아어의 statista(나라, 정치가) 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 정치가부터 현대의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적 목적으로 거짓말하는 학자)까지 우민을 속이기 위해서 자주 쓴 방법이 바로 통계라고 한다.
19세기 영국의 총리 디즈레일리는 "세상엔 3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는 말을 남겼다. 통계가 오용될 때 얼마나 해악을 끼칠 것인지 그의 역설적인 말로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사실 자료 부실이 아닌 이상,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통계를 이용할 뿐이다.
2013년은 108개 국가 1천40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세계 통계의 해' 행사가 열리는 의미 있는 해다. '나라를 운영할 사람들은 통계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던가? 이 말은 의외로 통계학자가 아닌 크림전쟁에서 통계를 활용해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나이팅게일이 한 말이다.
국가가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는 통계 정보의 부족과 부실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2010년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회원권을 얻으려고 통계 당국이 재정 적자 규모를 줄여 재정 통계를 조작한 결과 EU 통계청으로부터 회계 자료 조작 혐의로 고발당했으며 그리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실제 경제 상황이 불안해졌다. 그 결과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들까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프랑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통계의 악용 사례를 막고, 적절한 관리를 위해 통계의 전문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통계 작성의 전문성과 신뢰도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만큼 짧은 기간에 발전해 왔다. 개도국 통계청에서 2010 인구주택총조사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OECD 통계위원회의 부의장국으로 선정되어 글로벌 통계 어젠다 세팅 단계부터 적극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국가 통계에 대한 오해와 이에 따른 불신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고용과 물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시의성 있고 세분화된 통계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 통계 관련 인력과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오는 9월 1일은 국민들에게 통계의 중요성과 통계 활용을 권장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된 통계의 날로 19회째를 맞이한다. 우리나라 근대 통계의 시발점으로 평가되는 '호구조사규칙'이 칙령(법령)으로 반포된 날인 1896년 9월 1일을 기념하고자 제정하였으며, 2009년 4월 1일 개정된 통계법에서는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통계의 날을 맞아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통계청의 노력에 애정 어린 비판과 함께 통계조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현재 사생활 중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 증가 등의 영향으로 통계조사에 대한 비협조 현상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이 응답해 준 통계조사 내용은 오로지 통계 작성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통계법에 의해 처벌함으로써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고 있다.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과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적극 활용하여 풍요롭고 넉넉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통계조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통계 작성의 열쇠다.
오병태 동북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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