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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패 뿌린 전복, 껍데기만…적조 휩쓴 포항지역 어민들 한숨

포항시와 경북도어업기술센터 등의 합동조사에서 채취된 폐사 전복 껍데기. 포항시 제공
포항시와 경북도어업기술센터 등의 합동조사에서 채취된 폐사 전복 껍데기. 포항시 제공

"바다에 씨가 말랐어요. 당장 먹고 살길이 없으니 품팔이라도 해야 할까봐요."

경북 동해안지역을 휩쓴 적조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어촌 주민들의 시름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부족하나마 정부 보상이 약속된 양식업자들과 달리 자연산 어류를 채집해 생활하고 있는 어촌 사람들은 내년까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올해 적조로 인해 지금까지 20여 개 양식장에서 넙치, 강도다리, 참돔 등 140만여 마리가 폐사해 4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포항지역 전체 양식 어류의 10%가 넘는 양이다.

전복'소라 등 고가품인 어패류는 포항지역 양식장 30곳의 전체 800만여 마리(전복 34만, 소라 70만, 성게 700만 마리 등) 중 80%가 폐사해 24억원의 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현재 경북도 및 중앙정부의 수산조정위원회를 통해 논의 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래 적조 피해 보상금은 어류의 종류와 크기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업체당 최고 5천만원까지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워낙 피해 정도가 크기 때문에 최근 중앙정부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상향하는 방향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피해보상에서 제외되는 어촌계 사람들이다. 이들은 양식업과 달리 자연상태의 어류를 채집하기 때문에 보상체계가 아예 없다.

포항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장기면'호미곶면 등에는 총 32개 어촌계 2천340여 명의 어민들이 있다. 이들은 올해 5'6월 경북도와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약 17억원을 들여 200여만 마리의 전복 종묘를 바다에 뿌렸다. 종묘사업의 경우 어민들이 예산 중 20~30%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데도, 보다 나은 조업환경을 위해 어민들이 합심해서 이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적조로 이들이 뿌린 종묘가 대부분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어민 A(62) 씨는 "적조가 생긴 이후 죽은 전복 껍데기 3천~4천 개를 건져냈다. 아마 우리가 볼 수 없는 바닷속은 더 심할 것"이라며 "원래 어패류는 9'10월이 금어기다. 이맘때쯤 한창 알을 배고 살을 찌워 11월부터 수확하게 되는데 이번 적조로 조업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예년 조업 환경을 되찾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포항시 수산진흥과 최만달 과장은 "어촌계 주민들의 피해 보전을 위해 현재 경북도어업기술센터, 수협 등과 합동으로 현지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중앙정부에 건의해 종묘사업을 확대하는 대신 어민들의 자부담률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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