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빅 같기도 하고 국민체조 같기도 하다. 살사나 벨리댄스도 닮았다. 한때 개그 코너에 유행했던 '마빡이 춤' 같기도 하다. 정체불명의 춤이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신나고 재미있다.
이름부터 요상하다. 줌바(Zumba). '아줌마의 줌마?' '룸바를 잘 못 쓴 거냐'는 생각이 든다. 라틴음악을 기본으로 한 라틴댄스 동작과 피트니스가 연결된 운동. 올 초부터 대구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웰빙, 몸짱 열풍과 함께 찾아왔던 춤바람이 아니다. 일상의 탈출, 일탈은 더욱 아니다. 퇴근 후 하루의 피로를 푸는 직장인에서부터 복지회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스텝을 밟는 노인과 중년 부부, 어른들 앞에서 팔다리와 몸통을 마구 흔들며 재롱을 피우는 꼬맹이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무료하고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사한 국민 오락이자 운동으로 사랑받고 있다.
◆줌바의 세계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1가 영광빌딩 인근에 위치한 댄스 홀.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흥겨운 라틴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무대에는 전문강사가 지도를 하고 있었고 번쩍이는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고 있었다. 얼핏 나이트클럽 같아 보였지만 사람들의 복장이 달랐다.
번쩍이는 클럽 의상 대신 운동화에 운동복을 입고 있다. 강습 시간 동안 집중하느라 참가자 중 얼굴이 경직된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음악이 흐르고 춤이 시작되자 모두 편안하면서 즐거운 얼굴로 바뀐다. 1시간이 지나자, 때때로 고함도 지르며 강사의 움직임에 따라 격렬한 춤을 쉬지 않고 췄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떨어졌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들썩여지며 절로 신이 난다. 이날 처음 문을 연 줌바 전문 댄스 홀에서 열린 무료 줌바 댄스파티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날 처음으로 줌바를 접했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줌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음악이 계속되는 동안 한 번도 춤을 쉬지 않던 장양미(40'여)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 운동이나 춤이 없다. 그러나 에어로빅은 재미가 덜하고 살사나 벨리댄스는 부담스러웠는데 줌바는 그렇지 않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춤이다"며 웃으며 홀로 돌아갔다. 라틴 춤 경력 10년이라는 이호준(42) 씨도 마찬가지. 왈츠나 탱고 등 댄스스포츠는 형식과 순서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 거기에 따라야만 한다. 살사 등 라틴 댄스 역시 리듬을 타고 기본 스텝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줌바는 몇 가지 기본동작만 익히면 음악에 따라 자신의 느낌 대로 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이라고 했다.
"요즘 웃을 일이 많지 않다"는 김희진(35'여) 씨는 한참 춤을 추다 보면 세상만사를 다 잊게 된단다. "안 그래도 힘든 일이 많은데 왜 고생하면서 운동을 해요. 춤을 추면 날씬해지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인 데 말이죠."
이날 강사로 나선 김민경 씨는 "줌바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에어로빅에 비해 신선하기 때문이다. 운동이라기보다 춤에 흠뻑 빠져 스트레스를 날리는 느낌이 강하다. 또 기본 동작을 쉽게 익힌 후 자신만의 동작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고 했다.
◆대구상륙
대구에서 줌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다. 지난해부터 서울'부산 등지에서 유행했던 게 대구에도 상륙했다. 지금은 대구에서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문화센터나 체육관련 시설 등에서 무료로 댄스 강습을 받을 수 있는데다 학원이나 동호회에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달성문화센터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는 물론 피트니스 센터나 에어로빅 센터에서도 줌바 교실이 열리고 있다.
줌바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을 위한 무료 줌바 파티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줌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와서 보고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다. 지난달 대구인터불고호텔에서는 대규모 줌바 파티가 열렸고, 11월에도 대규모 줌바 파티가 준비돼 있다. 피트니언스 액티브 역시 지난달 달서구에서 줌바 수업을 시작한 후 이날 수성구에서 전문 댄스 홀을 오픈했다. 지난 6월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대구시 여약사대회에서는 회원들로 구성된 줌바팀이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배울 수 있다. 줌바의 강의자료가 담긴 DVD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집에서 혼자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다. 줌바 피트니스협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다양한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줌바 피트니스협회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도 다양한 줌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피트니언스 액티브 김윤희 홍보마케팅 팀장은 "보다 체계적인 강습을 원하는 사람은 학원이, 사람들과 커뮤니티 모임을 선호하는 경우 동호회가 좋다. 학원의 경우 레벨에 따라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 별로 가격이 다양하다. 동호회는 무료 강습도 진행하고 있지만 수준별 수업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쉽다 & 재미있다.
'쉽다' '즐겁다' 줌바를 접한 사람들이 꼽는 매력. 줌바에도 메렝게, 살사, 쿰비아, 레게톤 등 기본 스텝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음악 장르별로 서너 가지의 기본 스텝을 응용한 동작이기 때문에 음악이 바뀌어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
김민경 줌바 강사는 "춤과 운동을 결합한 댄스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메렝게, 살사, 쿰비아, 탱고, 레게톤 등 라틴 댄스의 기본 스텝을 운동이 되도록 변형했다. 동작중에는 디스크자키(DJ)를 흉내 내거나 살사 등에서 따온 재미있는 동작들이 많아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운동이 안된다면 오산.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 싶지만 약 1시간 동안 최대 칼로리 소모량이 1천㎉에 달하고 3천여 회의 스텝을 밟아야 할 정도로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 같은 동작이 수십 번 반복되지만 흥겹고 신나는 몸놀림에 지루한지 모른다" 김 강사의 설명이다.
한 시간 정도 걸을 때 평균 150㎉가 쓰이는 것과 비교하면 운동 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쉴 새 없이 뒤꿈치를 들고 발을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에어로빅과는 다르게 관절에 큰 무리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에어로빅이나 기타 춤보다 훨씬 배우기가 쉬워 몸치라도 2주 정도면 모든 동작을 잘 따라 할 수 있단다. 줌바는 1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 데 음악의 템포로 호흡을 조절한다. 빠르고 신나는 동작을 주로 하는 음악을 몇 곡 이어 하다가 느린 음악에 맞춰 잠깐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활기찬 음악이 반복되는 식으로 강약을 조절한다. 그러다 보니 지겨울 새도 없고 운동량에 비해 힘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재미와 건강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신개념 춤인 셈이다. 의상도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에어로빅은 화려하고 몸에 붙는 에어로빅 특유의 의상을 입어야 하고 살사 등 라틴댄스도 무대복이나 신발 등이 필요하지만 줌바는 운동화를 신고 자신이 잘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복장이면 얼마든지 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악이 들리지 않아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날 줌바 파티에 참가했던 청각 장애인인 박영진(34'여) 씨는 "춤을 추고 싶어도 다른 춤은 리듬을 타야 하는 데 음악이 안 들리다 보니 힘들었다. 그러나 줌바는 음악이 들리지 않더라도 동작을 따라할 수 있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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