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체계(시스템)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주역은 우주자연의 구성과 변화의 두 요소(動因)를 음과 양으로 보고 그것을 기호화하여 음, 양으로 나타내었다. 지금 컴퓨터가 0과 1의 조합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 두 요소를 한 번 겹치면 4개의 모양이 갖추어지고, 다시 한 번 더 겹치면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소성괘(小成卦; 기본괘)가 이루어진다. 건(하늘), 태(못), 리(불), 진(우뢰), 손(바람), 감(물), 간(산), 곤(땅)이 그것이다. 이 소성괘의 자연물에 대한 비유는 당시 인간 지성 수준에서의 '인식틀'을 나타내는데, 어떤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수렵, 농경 사회의 모습도 반영된 인식틀로서 '상징적 모형'이다. 이 상징성 때문에 의미의 폭이 넓어 오늘날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자연과 인간사의 복잡한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으므로 이 소성괘를 중복시켜 64괘(大成卦)를 만들었다. 자연과 인간의 만물만사가 이 64개의 케이스를 가지고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중복시켜 괘를 늘릴 수도 있지만, 인간은 간단한 원리로 포괄적으로 연역할 수 있는 도구를 원하므로 여기에서 그쳤다. 64괘의 각 괘에는 '이름'이 붙어 있고, 이것이 그 괘의 성격을 말해준다. '괘(卦)'는 '괘(掛)', '들어서 보여준다'는 의미다. 이 괘는 상징적 표시(象'이미지)이므로 이 '괘사'(卦辭)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이 괘를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관계론적 해석)이 축적되어 있다. 이 해석을 풀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주역이 어렵다 하는 것이고, 어려우므로 '신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괘사를 보면 여기에 관계론적 의미가 부여되는데, 매우 '인문학적'이다. 가령 2효는 신하, 5효는 임금, 신하는 복종해야 하므로 음효라야 좋고, 임금은 명령자이므로 양효라야 좋다(자기 바른 위치). 이러한 조응을 '중정'(中正)이라고 하여 높이 평가한다.
주역은 '역동성'(변화)을 중시한다. 상괘는 하늘, 하괘는 땅인데, 이는 비(否'막힘)라고 하고, 그 반대괘는 태(泰'화합)라고 본다. 이는 하늘의 기는 위로 올라가므로 밑에, 땅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므로 위에 있어야 음양이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또 괘의 배열 순서에서 마지막 괘는 미제괘(未濟卦'미완성)인데, 이는 우주가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조는 순환론이다. 64괘는 '철학적 범주'(카테고리)다. 오늘날 과학시대이지만 우주자연을 '철학적으로' 파악한다는 데 매력이 있다. 어려워 잘 모르지만 매달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오늘날은 '오늘날의 괘사'를 지을 필요가 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