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말리는 시간을 줄이면 어떨까?'
26년 전 버스에서 매니큐어를 바르고, 입으로 불어 말리는 여성을 보면서 '매니큐어를 말려서 스티커처럼 붙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매니큐어 필름'을 개발해 전 세계시장의 85%를 석권한 인코코 박화영(55) 회장이 최근 대구를 방문했다. 그는 지인들을 만나, 자신의 인생스토리와 함께 글로벌 기업운영의 노하우를 털어놨다.
연 매출 1억달러(약 1천90억원)를 올리고 있는 박 회장은 현재 세계적인 유명 화장품업체에 납품을 하며, '짝퉁천국'이라는 중국에서도 베낄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한양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화장품 업계의 세계적인 기업가로 반석 위에 우뚝 서기까지의 인간승리의 풀스토리를 들어봤다.
◆바닥까지 찍은 삶, 두려울 것이 없었다
성악가 출신의 박 회장은 한국에서 살았다면 대학 성악과 교수로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운명적인 여인(아내)을 만났고, 미국 생활을 결심했다. 미국에서 밑바닥 인생인 레스토랑 '버스보이'(빈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 천을 깔고, 청소하는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쥐똥을 치우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전거 가게의 기계공, 신발'핸드백 등 각종 제품의 세일즈맨을 하면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해외 영업을 할 때는 하룻밤 숙박료가 없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인생 대반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성악가로서의 삶을 과감히 버리고, 세일즈맨으로 나선 그는 이젠 전 세계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기업가로 우뚝 섰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식당에서 쥐똥을 치우는 시절과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와 함께 시상식에 서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인 지금 시절이 '파'(Fa, 박화영 회장을 미국에서 부르는 이름)라는 한 사람의 삶"이라며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세상 모든 파고를 헤쳐나간다면 분명 인생역전은 가까이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형 남자에 58년 개띠, 별자리는 전갈자리(스콜피온스), 엔지니어(기계 관련 자격증 7개), 화학연구가(화학 관련 자격증 5개), 성악가 출신의 글로벌 기업 회장'로 특징지워지는 그는 '초집중'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무슨 일이든 한 번 잡으면 단시간내에 전문가를 따라잡을 정도로 열정과 열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는 성격이다. 무슨 일에 꽂히면 3일 정도는 거뜬히 밤을 지새울 정도로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된다. 그러면서도 그의 라이프스토리에는 '감동과 휴머니티'가 꼭 자리잡고 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Fa'
'세상에는 법이 있고, 사회에는 모두가 따르는 룰(규칙)이 있지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해답은 진정성이 담보된 휴머니티와 감동'. 대구를 방문한 박 회장은 명언처럼 이 말을 멋있게 했다. 화장품 업계의 글로벌 기업 인코코 역시 박 회장의 이런 휴머니티 철학이 회사 경영에도 철저히 적용되고 있다. 그는 말단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주고, 자유로운 분위기(모든 직원이 직책 대신 서로 이름을 부름)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있다.
1990년에 설립된 '인코코'라는 회사 이름도 박 회장의 창의적인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다. 'INCOCO'는 'Innovative Cosmetic Concepts'(혁신적인 화장품 콘셉트)의 줄임말이다. 그는 "각 분야의 최고수를 마냥 따라잡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없다"며 "아예 패러다임(틀)을 깨는 창조적인 사고만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세상을 향한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혼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미국 유학시절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었지만, 음악회에서 처음 만난 피아니스트에게 곧장 결혼하자고 달려들었다. '절대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청혼을 했다. 실제 그는 사업이 아무리 어려워도, 아내를 돈벌이하게 하지 않았다. 1남1녀의 자녀도 잘 키웠다. 딸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적인 광고회사에 일하고 있으며, 아들 역시 능력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4시간 동안 계속된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도 했다. "절대로 '티처'(Teacher)가 되지 마십시오. 회사 경영자나 책임자는 '코치'(Coach)가 되어야 합니다. 티처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아래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만 코치는 실제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고,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합니다. 그래야 회사든 조직이든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효율도 오르고, 오히려 더 많은 기회(돈, 승진, 기술발전, 자기계발 등)가 옵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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