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어떤 동물보다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뿐 아니라 대체 식량으로서 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남긴 최초의 그림이라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구석기시대 벽화를 비롯한 시베리아나 몽골 반구대 암각화에 소 그림이 있다. 국내에서는 황해남도 안악군의 고구려 안악3호 고분과 평안남도 남포시의 덕흥리 고분에 나타난다.
소를 대하는 자세는 동서양이 조금 다르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야생일 때는 식량 확보를 위한 사냥의 대상이었지만, 가축이 되면서 달라졌다. 특히 농경 중심 사회에서 소는 하나의 가족과도 같았다. 인도처럼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소를 신성시하기도 하지만, 선(禪)불교에서는 '소 울음소리를 들었다' 또는 '소를 봤다'는 말로 소를 도(道)를 깨닫는 것으로 비유하기 한다. 득도(得道) 과정을 그린 송나라 때의 십우도(十牛圖)가 대표적이다. 또 세 스님의 치열한 득도 과정을 그려 1989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소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소는 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반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소를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누운 소'는 2008년 서울 경매에서 29억 5천만 원에 팔려 당시 외국 작가 경매 최고액을 세우기도 했다. 피카소의 소 그림도 유명한데 추상화로 완성하기에 앞서 그린 일련의 스케치작과 카메라 앞에서 작은 불빛으로 허공에 소를 그리는 사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 화가 김식을 비롯한 정선, 김홍도가 여러 점의 소 그림을 그렸고, 실학자로 유명한 박제가도 '목우'(牧牛)라는 소 그림을 남겼다. 근대에는 이중섭의 '소'가 가장 잘 알려졌다. 특히 이중섭은 소 그림을 많이 그려 '흰 소' '황소' '싸우는 소' 등 수십 점을 남겼다.
소싸움으로 전국 명소가 된 청도군이 소싸움 경기장 개장 2주년을 기념해 30일부터 한 달 동안 소 그림 전시회를 연다. 실제 그림은 아닌 한지에 프린팅한 영인본으로 고구려 벽화와 신라시대 토우(土牛), 조선시대 민화에 나오는 60여 점의 소 그림이다. 경기장에서는 매주 토'일요일마다 경기도 있으니, 소싸움도 볼 겸, 소 그림 전시회를 한 번 다녀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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