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의료관광과 공항

한국은 서울 공화국이다.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돼 있다. 의료관광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성형수술 환자의 80%가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성형 기술과 한류 열풍에 맞물려 서울은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온 성형수술 환자들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서울의 대형 성형병원들은 대규모 통역요원과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를 두고 중국어로 전화와 이메일 상담은 물론 웹상에서 직접 시술 종목과 가격을 상담할 수 있는 온라인 상담 메신저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국내외 여행사, 의료관광회사, 호텔 등과 연계해 성형에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정부도 의료관광을 서울과 한국을 먹여 살릴 10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설정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는 어떠한가? 외국인 성형수술 환자의 20%만 지방으로 온다. 지방으로 온 환자의 반이 부산으로 가고, 나머지 반은 제주, 대구, 광주, 대전 등으로 나뉜다. 즉 5%도 안 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대구 성형의사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시설이 좋지 않거나, 대구시의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대구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100명이 넘고 대학병원도 4개나 있다.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전공의 수와 전문의 배출도 부산보다 훨씬 많다. 시설이나 기구도 서울에 못잖다. 외국인 수술비도 서울보다 저렴하게 해 줄 수 있다. 대구시도 의료관광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관광거리, 엔터테인먼트, 언어소통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접근성이다. 대구는 아시아 '오지'다. 인구 250만 명의 국제도시 대구가 '오지'라니 말도 안 된다. 국제공항도 있고, KTX를 타면 인천공항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러나 대구 국제공항은 국제 비행 편수가 거의 없어 국제공항 구실을 못한다.

중국 등 외국에서 판매하는 한국 관광 프로그램에 대구는 빠져 있다. 서울, 부산, 제주만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공항까지 3시간이면 아주 먼 거리다. 공항에서 1시간 내로 접근을 할 수 있어야 '오지'가 아니다. 바쁜 시대에 비행기 타고 내려서 3, 4시간 걸려 성형수술 하러 올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대구에 뚜렷한 볼거리나 관광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신공항을 착공해도 20년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다. '밀양으로 하느냐 가덕도로 하느냐'로 말이 많다가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재는 미뤄졌다. 접근 가능한 국제공항이 있어야 대구의 의료관광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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