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란히 붙은 신호기 "5년 전에도 혼동"

대구역 신호체계 문제, 2008년에도 유사 사고…문제 알고도 개선 않아

5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났다. '우선 통과 열차가 지난 뒤 통과'라는 기초적인 열차 통과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대구역 신호 체계와 관제 시스템 관리 부실이 도(度)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부선 대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충돌 사고(본지 8월 31일 자 1면 보도)는 2008년 2월 대구역에서 일어났던 사고 과정과 상당 부분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이번 추돌 사고는 대구역에 정차해 있던 무궁화호의 통과 체계 무시에서 비롯됐다. 대구역을 정차하지 않는 KTX가 선로를 통과할 때까지 무궁화호는 정지해 있어야 했지만 일찍 출발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KTX 열차와 무궁화호 열차 철로가 합류하는 지점이었다. 사고 당시 무궁화호에는 '정지' 신호가 표시돼 있었고 KTX에는 '진행' 신호가 표시돼 있었다.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신호를 잘못 본 무궁화호 기관사와 여객전무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호 체계와 관제 시스템 관리 부실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고가 날 때까지 대구역의 신호 체계를 보면 대기선로 신호기(무궁화호용)와 본선 신호기(KTX용)는 나란히 붙어 있었다. 신호기를 구별하는 것은 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유일했다.

또 대구역 열차 관제실은 출발 여부를 알려주는 무전을 기관사에게 별도로 보내지 않았다. 1차 추돌사고가 난 뒤에도 대구역으로 진입하던 하행선 KTX 열차에 사고 연락을 하지 않아 2차 충돌을 방조한 셈이다.

경악할 만한 것은 비슷한 문제로 2008년 2월에도 같은 곳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대구역에서는 하행선 본선 진입을 기다리던 화물열차가 신호를 오인, 일찍 출발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옆면을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에도 대구역의 일반 열차 대기선로가 짧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레일은 당시 이 사고에 대해서도 "대기선로에서 대기하던 화물열차가 다른 선로의 출발 신호를 오인해 사고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선로가 짧아 일반 열차가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면 지나가는 KTX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코레일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책임을 무궁화호 기관사와 여객전무에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고 원인의 상당 부분을 코레일 고위층에게까지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코레일 철도 운영과 업무절차, 업무관행 문제, 현장 종사자 안전의식과 기강문제 등 안전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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