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삼성 라이온즈 배영수는 대구시민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타자들을 맞아 의미 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6⅔이닝을 3실점으로 막은 배영수는 이날 승리투수가 돼 시즌 10승이자 개인통산 112승을 달성했다.
100승 이상을 거둔 투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 현역 최다승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영수는 부상과 수술로 불어 닥친 긴 터널을 벗어나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뿐만 아니라, 오로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112승을 거둬 이전 김시진(현 롯데 감독) 감독이 삼성에서 뛰며 기록했던 111승을 넘어 삼성 최다승 투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삼성의 역사를 계속 바꿔가는 배영수. 하지만 그 이전 화려한 기록들을 제조했던 김시진 감독의 눈부신 활약을 빼고 삼성 마운드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배영수가 112승을 달성하는 데 13년이 걸렸다면 김 감독은 6년(1983~1988년'111승)이라는 짧은 기간 대기록을 작성했다. 삼성 마지막 해(88년) 11승을 빼면 연평균 20승을 거둔 셈이다.
삼성의 '승리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던 김 감독. 그는 1987년, 입단 동기인 롯데 최동원과 누가 먼저 100승 고지를 밟느냐를 두고 불꽃 튀는 마운드 싸움을 펼쳤고 결국엔 승자가 됐다.
대구상고(현 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시진은 데뷔해 17승12패1세이브를 거두며 경남고-연세대를 졸업, 롯데에 입단한 최동원(9승16패4세이브)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이듬해 최동원은 27승(13패6세이브)을 쓸어 담으며 다승왕에 올라 그해 19승(11패2세이브)을 수확한 김시진과 개인통산 승수를 36승으로 똑같이 맞췄다.
1985년 김시진은 25승5패10세이브를 거둬 20승9패8세이브를 기록한 최동원을 다시 앞서갔다. 김시진은 그해 다승왕에 올랐고, 삼성의 전'후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1986년 김시진(16승6패3세이브)과 최동원(19승14패2세이브)의 간격은 77대75로 다시 좁혀졌다. 1987년 시즌이 다가오자 야구팬들은 둘 중 누가 먼저 100승 고지를 밟을까에 관심을 뒀다.
1987년 김시진은 3.12(18위)의 평범한 평균자책점에도 활화산처럼 터지는 타선의 지원으로 초반부터 상승세를 탔다.
마침내 10월 3일 잠실 OB전에서 시즌 23승째를 거두며 프로야구 최초로 대망의 100승을 채웠다. 통산 186경기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었고 삼성의 후기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당시 김시진은 "100승 목표를 앞두고 한동안 잠을 설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동원은 14승에 머물며 89승에 머물렀다. 최동원은 1990년 김시진을 이어 통산 두 번째로 100승의 주인공이 됐다.
100승 선착을 겨뤘던 두 투수는 1988년 시즌 뒤 운명의 장난과 같은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됐다. 1988년 11승9패로 쇠락의 기미를 보인 김시진은 그 해 시즌이 끝난 뒤 롯데 최동원과 맞트레이드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결국 그는 삼성에서 111승을 거두고 롯데로 이적해 1989년부터 1992년까지 13승(24패)을 추가했고, 개인통산 124승73패16세이브의 기록을 남긴 채 유니폼을 벗었다.
최동원 역시 트레이드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삼성 이적 뒤 두 시즌만 뛴 채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통산기록은 103승74패26세이브였다. 그리고 2011년 9월 14일 그는 그라운드서 펼쳤던 야구 열정과 함께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한편 프로 출범 후 100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지난해 8월 26일 잠실 LG전서 100승을 채운 배영수까지 23명이 나왔다. 통산 다승 1위는 한화에서 몸담았던 송진우(현 한화코치)로 1989년부터 2009년까지 672경기서 210승을 기록했다. 최연소 100승 기록은 정민철(한화'27세 3개월 2일)이 보유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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