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하다] <하> 간호대 입학 증원 대안될까?

低임금 문제 해결해야 '장롱면허' 돌아온다

정부는 지역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이후 7년 동안 전국 간호대 및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7천 명가량 증원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3월 계명대 간호대학 존슨홀에서 열린 \\
정부는 지역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이후 7년 동안 전국 간호대 및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7천 명가량 증원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3월 계명대 간호대학 존슨홀에서 열린 \\'2013학년도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간호학과 3학년 학생 140명이 촛불 점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1'2차 중소병원(이하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꾸준히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려왔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이원화된 간호인력을 3단계로 개편하는 '간호인력 개편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각 병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 간호사 엄마들의 육아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간호대 정원 늘리고, 간호인력 개편하고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배출되는 간호사는 몇 명이나 될까?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04년 1만739명이었던 간호사 면허시험 합격자는 2010년 1만1천857명으로 1천 명 넘게 증가했고, 올해는 1만2천987명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해 10년 전에 비해 면허 취득자가 2천 명 넘게 늘었다.

매년 간호사 면허 취득자가 증가하는 것은 정부가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난을 우려해 간호대 입학 정원을 꾸준히 증원시켰기 때문. 대한중소병원협의회가 보건복지부 측에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복지부가 수용하면서 2007년부터 입학정원이 크게 늘었다. 교육부와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전국 간호대 및 간호학과 입학정원'은 2007년 1만1천176명에서 2014년 1만8천186명으로 7년 사이 7천 명(62.7%) 넘게 증가했다.

복지부 측은 간호학과 졸업생이 늘어나면 중소병원 인력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대 정원을 확대해 전체적인 인력 배출 규모를 증가시켰다. 2014년 졸업생들은 2010년, 2011년 입학생들인데 당시 입학정원이 1만4천 명 정도 된다. 앞으로 현장에 많은 졸업생이 나올 것이며 2, 3년 후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간호인력 개편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나뉘어 있는 간호인력을 하나 체계 내에서 3단계로 개편한다는 것. 간호사와 1급 실무간호인력, 2급 실무간호인력으로 나눠 경력과 교육, 시험을 통해 상위 단계로 상승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병원은 대학에서 2년 정규 교육을 받아 실력을 갖춘 간호조무사 위주로 채용할 수 있어 인력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주장이다. 복지부 측은 "현재 간호조무사는 전문 학원이나 인증 기관을 통해 배출되는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전문대에서 2년간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만 간호조무사, 즉 1급 실무간호인력이 된다. 이들이 현장에서 실무 경력과 교육을 받은 뒤 간호사 시험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지 모두 상위 단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근로 환경 개선이 먼저

하지만 일선 간호사들은 이 같은 대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중소병원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은 대학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임금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간호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구의 A대학병원은 지난해 간호사 133명을 채용했지만 같은 기간 111명이 퇴직했으며 매년 비슷한 추이로 간호사 채용과 퇴직이 반복된다. 대학병원에서 2년간 근무했던 한 간호사는 "간호대 졸업생들이 처음에는 급여도 높고,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병원을 선호하지만 2, 3년 정도 일하면 3교대 근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지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중소병원은 이보다 급여도 낮고, 일도 많으니 신규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근무 여건에 비해 낮은 급여도 문제다. 대구의 B병원은 3교대 근무를 하는 병동 간호사의 한 달 월급이 150만원이 채 안 된다. 또 정시 출퇴근이 불가능해 거의 매일 초과 근무를 하지만 별도 수당도 나오지 않는다. 초임 연봉이 1천만원 가까이 높은 대학병원으로 신규 간호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이곳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이브닝(저녁 근무) 마치고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싶어도 택시비가 아까워 못 탈 정도라는 동료들도 있다. 3교대로 일하면 생활 리듬도 깨지고 체력 소모도 많은데 3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사가 돼도 이에 대한 별도 보상이 없으니 오래 못 견디고 관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간호사들도 있다. 지난해 2월 지역 간호대를 졸업한 간호사 장모(22'여) 씨는 올해 홍콩에 가서 미국 뉴욕주 간호사 면허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신입 간호사로 합격해 발령 날짜를 기다리면서도 미국 면허를 딴 것은 먼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장 씨는 "미국에서는 의료인으로서 간호사 지위도 높은 편이고 주당 근무 시간도 법으로 정해져 있어 근로 환경과 보수도 한국보다 좋다.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병원에서 일할 생각이지만 경력을 쌓은 뒤 미국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장 씨는 "간호대 졸업생들은 간호에만 집중하고, 업무를 많이 배울 수 있는 병원을 선호하는데 중소병원 중에 이런 환경과 만족할 만한 급여를 주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나처럼 외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간호사가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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