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TX "강덕수 회장 퇴진 요구 월권"

채권단 조선 새 대표 내정에 그룹측 "자율협약 취지 어긋나"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강덕수 회장이 퇴진하고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STX그룹은 자율협약 취지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성을 가진 외부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키로 하고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측은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의 새 대표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선임을 위한 이사회 결의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STX그룹은 채권단의 '월권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4일 STX그룹 측은 "자율협약은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회생과정으로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STX그룹 측은 채권단이 주장하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외부전문가의 영입은 단순 관리인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회사를 살릴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룹 관계자는 "회사 사정에 미숙한 외부 사람에게 회사경영을 맡기는 것은 회사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STX조선해양의 성공적 회생을 위해서는 회사 사정과 세계 조선업 동향에 밝고 폭넓은 대외네트워크를 보유한 경영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은 5일 경영진추진위원회를 열어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은 9일 열리는 이사회가 분수령이다. 5일 박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되면 STX조선해양은 9일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주총회를 개최할지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사회에서 주총 개최가 결정되면 27일 주총에서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승인하게 된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기업의 신속한 경영정상화와 자율협약 취지에 맞게 채권단이 신규 대표이사 선임 결정을 재고해주길 바란다. 나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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