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가난한 부탄왕국의 부유한 국민총행복지수

새 정부가 내건 첫 번째 화두가 국민행복이다. 정부의 의지와 함께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국가는 물론 모든 자치단체가 발벗고 나서서 국민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행복이 화두가 되면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인구 70만 명, 국민소득 2천달러의 작은 나라, 부탄왕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경제성장과 GDP 규모에 목을 맬 때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는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들어 국민 전체의 행복을 위해 모든 정책을 집중시켰다. 1976년 부탄왕국이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을 선언했을 때 수많은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의 변명이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많은 선진국들이 부탄왕국의 정책에 큰 공감을 갖고 현 경제지표의 대체 또는 보완책으로 GNH를 연구해야 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GNH의 기본은 '어떤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할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물음에 부탄 정부가 설정한 목표는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환경보호, 문화진흥, 그리고 좋은 통치' 바로 이 네 가지다. 그리고 단기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정책 집행과 연구분석으로 실질적인 국민행복을 측정하기에 이르렀고, 97%의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GNH의 연구와 결과는 2014년 UN에 정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국민행복이라는 것이 산출가능한 경제수치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구 남구는 부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재정자립도가 17.4%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낮고, 경제규모와 인구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1㎢나 되는 미군부대가 도시 중심에 주둔하고 있고, 주거전용지역이라 개발에 제약이 따르는 등 타지역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하다. 하지만 지역 특성을 잘 살리고 대구시민의 휴식처인 앞산을 중심으로 자연자원을 보전하는 가운데 '맨발산책로, 앞산 자락길, 앞산 맛둘레길, 녹색마을 카페거리 조성사업' 등을 비롯한 주민들의 행복한 삶 영위에 중점을 두고 지역실정에 맞게 깨끗한 도시 만들기와 문화'복지시책을 펼치고 있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앞산을 찾는 시민과 외부 등산객들의 증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주변지역 상권활성화로 이어져 지역 상인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또한 청소행정 6년 연속 대구시 최우수 평가와 매니페스토 공약평가 2년 연속 최우수, 공무원 청렴 분야 4년 연속 우수, 도시재생 사례발표 대상 수상 등으로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도 높다.

이는 부탄왕국과 다르지 않다. 단순한 경제적 수치에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탄국왕의 진정성을 행정에 접목해서 실천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도 부탄국왕의 심정처럼 '어떤 것이 주민을 행복하게 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이 선행된다면 주민들의 행복도 뒤따라 올 것이라 생각한다.

임병헌 대구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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