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리랑카인 3명 집단성폭행…공황상태서 교통사고 숨져

대학 축제후 홀로 남겨진 정양…인적 드문 논밭에 끌고가 범행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딸의 사인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아버지 정현조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매일신문 2010년 6월 29일 자 1면 기사.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딸의 사인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아버지 정현조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매일신문 2010년 6월 29일 자 1면 기사.

1998년 10월 16일 오후 10시 40분쯤 대구의 한 4년제 대학 간호학과에 다니던 정은희(당시 18세'대학 1학년) 양은 학교 축제 주막촌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남자 동기생과 함께 학교에서 나왔다. 그러나 10분 뒤쯤 이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어졌고, 이날 오후 11시쯤 정신을 차린 남자 동기생은 정 양을 찾았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동기생은 무선호출기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술에 취해 귀가했다고 판단, 집으로 돌아갔다.

정 양은 술에 취한 채 혼자 남겨졌고, 17일 새벽 길가던 당시 산업연수생이던 스리랑카인 3명의 눈에 띄었다. 욕정을 느낀 이들은 타고 있던 자전거에 정 양을 태운 뒤 한 명은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2명은 양쪽에서 받친 상태에서 정 양을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데려갔다. 당시 범행 현장은 개발 이전의 논밭 지역으로 인적이 거의 없는 장소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현금과 학생증 등을 뺏은 뒤 정양을 집단 성폭행한 뒤 달아났다.

성폭행당한 정 양은 도망치듯 도움을 청하기 위해 허겁지겁 길을 나섰다. 그러나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정 양은 대구 달서구 소재의 구마고속도로에 들어서게 됐고, 시속 130㎞로 달리던 23t 트럭에 치였다. 학교에서 나온 뒤 7시간 뒤, 학교에서 7㎞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사고 트럭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정 양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무단횡단해 넘어왔다"고 진술했다.

그 후 15년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유족의 의혹 제기 및 수사 요구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정 양을 성폭행한 범인이 마침내 밝혀져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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