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티끌 같던 적립 포인트, 스마트한 소비 '알뜰 포인트'

불황시대 '포인트+재테크' 포인테크족으로 살아보기

기업들이 고객 유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을 이용하면 손쉽게 신용카드 포인트의 잔여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고객 유치'확보 및 마케팅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하고 있는 각종 포인트 제도는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소비생활에 도움이 된다. 대구 서남신시장은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에코포인트'를 적립해준다. woo@msnet.co.kr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을 이용하면 손쉽게 신용카드 포인트의 잔여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맞벌이 주부 나알뜰 씨는 지난 주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아이들을 위해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단골 주유소에서 주유한 뒤 선물까지 받아왔다. 또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예쁜 티셔츠를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나 씨의 지갑에서는 한 푼도 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뒀던 각 매장이나 신용카드의 포인트로 결제했기 때문이다. 나 씨는 이날 일기장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뿌듯하게 적었다. 나 씨는 이른바 '포인테크 족(族)'이다.

◆포인트 활용은 스마트한 소비의 완성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포인테크(포인트+재테크) 족'이 늘고 있다. 신용카드나 각종 소매점을 이용할 때마다 적립되는 포인트를 꼼꼼히 챙겨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소비 트렌드다.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얄팍한 지갑을 조금이나마 효율적으로 쓰려는 '생활의 지혜'인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자신이 보유한 신용카드의 적립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는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 이용자 수는 지난해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누적 사용자가 143만 명(7월 말 기준)을 돌파했다. 또 국내 신용카드사 고객 중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소비자는 84%로 조사됐다.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www.cardpoint.or.kr)은 신용카드'체크카드 회원이 시스템에 접속, 본인 확인을 위한 공인인증 과정만 거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10개 사의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와 소멸 예정 포인트를 알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앱도 있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아 자동소멸된 카드 포인트는 2008년 1천359억원, 2009년 810억원, 2010년 1천169억원, 2011년 1천93억원 규모에 달했다. 상당수의 카드 소비자들이 적립된 포인트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업계에서도 '포인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카드사들은 다양한 포인트를 동시에 적립할 수 있는 멀티멤버십 연동 카드를 내놓는가 하면 통신회사'유통회사들과 포인트 제도를 공동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처도 항공사, 오픈마켓, 놀이공원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자사 소속 모든 외식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피 포인트'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포인트 적립'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회원이 1천 만 명에 이른다"며 "적립률이 높아 고객선호도가 경쟁사보다 높다"고 말했다.

◆적립과 사용의 노하우는?

각종 포인트는 통상 포인트당 1원의 가치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한 번에 고작 몇 점만 쌓을 수도 있지만 모아두면 언젠가 '돈'이 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하도록 해둔 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평소 포인트 소멸 예정 여부를 챙기고 효율적인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한 곳으로 몰아서 적립하는 게 좋다. 분산되면 이용하기도 불편할 뿐 아니라 지출할 때 얻는 '체감 효과'도 적다.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자주 이용하는 곳 가운데 적립률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나중에 소비할 때를 대비해 쌓아두기만 하는 것도 곤란하다. 카드회사 등 포인트를 주는 각 회사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개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인트의 일종인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갈수록 보너스 티켓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늘어나거나 이용 시기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각종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플러스 알파를 누릴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달 20일까지 추석선물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평소보다 3배 적립해준다. KT 올레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다면 매월 수요일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결제금액의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OK캐쉬백은 포인트를 아모레퍼시픽에서 쓸 수 있는 뷰티포인트로 전환하면 2배 적립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조금 품을 들이면 공짜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도 있다. 이른바 '출첵(출석체크) 마케팅'이다. OK캐쉬백은 홈페이지에서 '룰렛 게임'을 통해 하루 최대 1천 포인트를 주고, 한 달을 '개근'하면 최대 5천 포인트를 준다. '해피포인트'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석한 가입자에게 추첨을 통해 최대 1만 포인트를 준다.

전통시장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서남신시장이 2011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에코 포인트' 제도가 그런 경우다. 바코드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구매와 상관없이 일일 1회 50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이창영 상인회 사무국장은 "5천 포인트를 넘을 경우 온누리상품권 5천원권으로 교환할 수 있어 중장년층 여성 고객은 포인트 때문에 일부러 시장을 찾기도 한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전통시장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도 쓸 수 있다

'포인테크 족'이 늘어난 데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크게 기여했다.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포인트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휴대전화에서 바로 조회해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잇따라 등장한 덕분이다. SK'LG의 모바일 지갑 앱인 '스마트월렛', KT의 '모카'나 삼성카드의 'M포켓' 같은 앱들이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1천만 명이 넘는 SK '스마트 월렛'의 경우 250여 개의 멤버십 카드를 모아 놓았다.

이런 앱들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포인트의 적립'사용 기능뿐 아니라 공짜 또는 할인쿠폰도 제공하고 있어 알뜰소비에 도움이 된다. '모카'의 경우 9월 한 달 동안 유통'의류업체와 함께 멤버십 가입 이벤트를 실시, 상품권 등을 주고 있으며 LG 스마트월렛은 오! 포인트 신규 가입 시 캔커피를 주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쇼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카드명세서 속 수수료를 포인트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카드 사용내역을 문자메시지(SMS)로 실시간 전송해주는 서비스에서부터 대출이자, 할부수수료 등도 포인트를 사용해서 줄일 수 있다. 각종 세금을 포인트로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세청은 2011년부터 '신용카드 포인트 국세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지방세뿐 아니라 상하수도 요금, 과태료 등도 대상이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위택스(www.wetax.go.kr)나 금융결제원 지로(www.giro.or.kr)에 접속하면 고지서 없이 바로 낼 수 있다.

포인트로 여행을 가는 것도 가능하다. S-OIL 보너스 20포인트는 대한항공 1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OK캐쉬백 22포인트는 1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다. 현대카드 M포인트도 대한항공(35 M포인트), 아시아나항공(20 M포인트) 마일리지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카드회사들은 포인트 기부도 가능하도록 해두고 있어 평소 기부를 고민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각종 포인트는 자신의 이용실적만큼 쌓인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면 포인트도 많이 적립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지만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계명대 경영학과 이형탁 교수는 "포인트 마케팅은 단골 고객을 묶어두려는 기업의 전략에서 비롯됐다"며 "기업들의 상술에 낚이지 않으려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재정 상황을 고려해서 적절한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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