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아마빌레여성합창단 미가

요리마다 생생한 부추 맛'향…밥도둑 따로 없네

'정구지'(경상도), '졸'(충청도), '솔'(전라도) 등 이름도 여러 가지인 부추. 부추는 손이 많이 가는 채소이다. 가는 줄기를 일일이 손질하는 게 만만치 않다. 게다가 때보다 조금 이르거나 늦으면 억세져 먹기도 힘들다. 하지만 제철에 먹으면 그 부드러움과 독특한 향미로 또 다른 미각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부추는 '오색' '오덕'을 갖췄다고 전해져 온다. 줄기가 희어 '구백'이요, 싹이 노랗다고 해서 '구황', 잎이 파래서 '구청', 뿌리가 붉어 '구홍', 씨앗이 검어 '구흑'이라 했다. 또 날로 먹어서 좋고(일덕), 데쳐 먹어서 좋고(이덕), 절여 먹어도 좋고(삼덕), 오래 두고 먹어도 좋고(사덕), 매움이 일관해 변하지 않아 오덕이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미가'는 부추를 요리하는 음식점이다. 박은매(46) 사장은 "부추는 맛과 영양에서 여느 채소에 뒤지지 않는 좋은 식품"이라며 "특히 부추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이 체내로 배출될 때 나트륨을 끌고 나와 건강에도 좋다"고 소개했다. 박 사장은 부추는 가열하면 식감은 부드러워지고 영양 파괴는 안 되면서도 녹색빛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부추 예찬에 침이 마른다.

'부추잡채'. 별다른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 당면과 부추, 당근, 돼지고기, 청양고추가 전부다. 색깔부터 초록색이 선명한 게 식욕을 돋운다. 부추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특별히 만든 소스에 비벼 먹는다. 새콤달콤한 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빌레여성합창단 인미화 씨는 "상큼한 향과 쌉싸래한 부추 맛이 당면과 잘 어울린다"며 "이 집에서 특별히 만든 소스에 비벼 먹으니 잡채의 느끼한 맛이 덜해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곽흥경 씨는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한 게 산뜻한 맛이다. 부추 향도 살아 있어 내 입맛에 딱이다"고 했다.

'부추낙지볶음'에도 부추가 듬뿍 들었다. 김 가루를 넣은 큼직한 대접에 밥과 비벼 먹는다. 낙지의 쫄깃한 식감과 부추 향, 김의 고소함이 결합돼 공깃밥 추가를 외친다. 신현영 씨는 "부추가 들어가니 상쾌하고 씹는 맛도 있고 입안에 향이 감돌아 맛이 더 난다"며 "다이어트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고너스레를 떨었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갈치조림'. 물론 여기에도 부추가 들어 있다. 이 집 갈치는 아프리카 세네갈산 갈치다. 태평양에서 잡은 갈치가 아니다. 대서양에서 잡은 갈치다. 여느 갈치에 비해 크기도 훨씬 크고 굵다.

박 사장은 "일본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안전이 우려돼 세네갈산 갈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은빛으로 빛나는 두툼한 갈치와 무, 대파, 마늘, 생강, 풋고추 등의 양념을 넣어 센 불로 끓이다가 간이 배게 은근하게 불 조절을 한 다음 상에 올린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갈치조림 특유의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하고 개운한 뒷맛이 난다. 부추 향이 들어가니 깔끔한 맛이 난다. 간장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이다. 발라낸 살과 조림 국물을 밥에 비벼 한입 한입 먹다 보면 '바다 예찬'의 갈치조림도 어느새 밥도둑으로 변신한다. 맵고 짜지 않은 양념이 적절하게 배어들어 깊은맛을 주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무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신현영 씨는 "수입 갈치라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괜찮다. 식감도 좋고 살이 두툼해 먹을 것이 있다. 특히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고 했으며, 인미화 씨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생선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맛있고 무엇보다 대서양 갈치라 안전해서 좋다"고 했다. 미가는 갈치조림을 먹어본 손님들의 요구로 냉동갈치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짜지 않게 요리한다. 박 사장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짜게 먹는 경향이 있는데, 짜게 먹으면서도 소금의 피해를 덜 수 있는 가장 좋은 식품이 바로 부추"라고 했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은 재료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곽흥경 씨는 "집밥처럼 모든 요리가 담백해요. 특히 부추가 들어가 맛이 한결 상큼하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자주 온다"며 "밑반찬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정갈해 남김 없이 먹는다"고 했다.

부추잡채 1만2천원(2인), 부추낙지볶음 1만5천원(2인), 부추해물전 7천원, 갈치조림 9천원, 갈치구이 8천원, 들깨버섯탕 7천원, 된장찌개 5천원.

▷규모: 입식 16명, 좌식 30여 명

▷주차장: 근처 공영주차장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일요일, 추석'설 연휴 휴무)

▷예약: 대구 달서구 상인3동 1550-5. 053)635-3536.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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