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며느리 살림 도와줬는데 원망만 들어

저는 아들네 살림살이를 돕다가 며느리에게 원망만 듣는 60대 여성입니다.

오래전, 아들 집에 가보니 며느리는 집안 청소는 물론 빨래도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남편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아들은 불편하다 말도 못하고 그저 회사와 집을 오가며 나날이 야위어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미로서 마음 아프고 편하지 않았습니다. 궁리 끝에 한집에 사는 건 며느리가 반대할 것 같아 아들네 집 열쇠를 얻어 틈틈이 집안 청소와 살림을 도맡아 주었습니다.

비로소 아들에게 제 손으로 밥을 지어 먹이고 옷도 다림질하여 입히고 모든 것이 제 손에 의해서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덕분에 호강을 했다 싶은 며느리가 갑자기 아들에게 저를 원인으로 이혼을 요구하였습니다. 기가 막히기만 합니다. 아들도 중간에 난감해하는 눈치여서 더욱 섭섭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혼한 아들의 따뜻한 아침밥과 깨끗한 의복만큼은 며느리의 손길을 통해 주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보통 어머님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께서는 아들이 며느리로부터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한 채 출근하고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생활하는 것 같아 몹시 마음이 안쓰러웠을 것입니다.

급기야 귀하께서는 아들의 집은 며느리가 아닌 자신의 손에 의해 유지되고 운영되는 행동을 시작하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감사는커녕 오히려 시어머니의 살림살이 개입을 원인으로 한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아들마저 어머니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였으니 얼마나 당황하고 서운하셨을까요.

여기서 상대방이 '되어 보기'라는 마음공부를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그동안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의 살림을 도맡다시피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일하실 때, 자기 자리에서 비켜서서 이를 지켜봐야만 했던 며느리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편안하기보다는 불편하고 미안하고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시어머니의 부지런하고 유능한 살림살이 솜씨에 며느리는 설 자리가 없었을 터이고 시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갈수록 무력해지고 우울했을 것입니다. 또한 남편의 밥이나 옷가지들도 자신의 힘으로 준비하기보다는 시어머니께서 완벽하게 해낼 때, 아내로서 남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긴 듯한 느낌도 받았을 것입니다.

시어머니의 이런 행동은 며느리에게 있어 또 하나의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되어 "너는 살림도 못하는 문제가 많은 여자야. 집안이 아주 엉망이고 나는 이것을 멀리서 지켜볼 수가 없어. 널 대신하여 내가 모든 것을 하마. 넌 이리 오지 말고 그냥 거기 멈춰 있으렴"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의 영역에 침범하여 설 자리를 뺏은 시어머니의 그 완벽한 행동을 거부하는 것일 것입니다.

내 자리에서 며느리를 보려 하지 말고 며느리 자리에서 나를 보세요. 시어머니의 살림살이 개입은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부담스럽고 원망스럽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어머니께서는 '며느리의 남편'을 위한 헌신을 중단하셔야 합니다. 어머니는 멀찍이서 두 사람이 함께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격려만 해주기를 권유합니다. 마치, 지구와 태양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필요한 빛과 온기를 적당히 주고받는 그런 우주의 질서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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