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잠을 쫓아 보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비록 눈도 채 못 뜬 상태이지만 발가락 끝부터 꼼지락거리기 시작해서 몸을 한 번 쭉 늘여주면 훨씬 기분이 개운해진다.
이렇게 기지개를 켜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그 전날 아무리 피곤하고 지쳤어도 좀 더 기분 좋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다가도, 혹은 서서 청소를 하거나 막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기지개를 켜거나 스트레칭을 한 번씩 해 주면 주의환기가 될 뿐만 아니라 기분과 몸도 한결 좋아지고 나른함도 달아난다. 이런 까닭에 의식적으로 일을 멈추고 꼭 스트레칭을 하곤 한다.
이렇게 스트레칭을 챙기는 나만큼, 우리 집 고양이들도 스트레칭을 빼먹지 않는다. 특히나 앨리샤는 자고 일어나면 꼭 스트레칭을 한다. 앨리샤가 가장 즐겨 하는 동작은 앞발을 앞으로 쭉 내밀어 바닥을 짚은 후 몸의 앞부분만 바닥으로 서서히 내려서 몸을 스트레칭 하는 요가에서 일명 '고양이 자세'라고 불리는 바로 그 자세이다.
주로 소파 위나 의자, 책상 위처럼 높은 곳에서 자고 내려올 때면 꼭 그 자세로 기지개를 켜곤 한다. 그때마다 앨리샤의 표정은 잠을 덜 깨서인지 사뭇 진지하고 근엄해 보인다. 동작을 마치고 나면 제법 몸이 개운해졌다는 듯이 평소의 또랑또랑한 눈매로 돌아와서는 구경하던 내게 조르르 다가오곤 한다.
물론 고양이의 스트레칭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스트레칭 방법이 있듯 고양이의 스트레칭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누워서 팔다리를 쭉 뻗어서 기지개를 켜듯 고양이도 네 발을 쭉 뻗는 기지개를 켜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발가락 끝까지 힘줘서 쭉쭉 펴기에 평소엔 감춰진 발톱까지 다 내밀어 보여 귀엽다. 게다가 가끔 그냥 몸을 길게 쭉 늘이는 스트레칭을 할 때면 잘 늘어나는 고양이 몸이기에 몸길이가 평소의 1.5배는 길어져서 신기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일상 속 사소한 동작들이지만 사람보다 유연함을 타고난 고양이들이라 그런지 사람의 관점에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절도 있는 모습이기에 매일 보는 동작들이지만 매번 신기해서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이번 여름 내내, 나는 더위를 핑계 삼아 통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엔 까먹지 않고 하던 스트레칭마저도 귀찮고 더워서 잘 하지 않았다. 이렇게 늘어진 반려인과 달리 앨리샤의 스트레칭은 늘 꾸준했다. 생각해 보면 바로 이 일상적인 움직임들이 앨리샤의 몸매관리 비법이 아닌가 싶다.
먹고 장난치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자는 데 소비하는 앨리샤이지만,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 살 좀 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부러 살찐다는 사료로 골라서 먹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리샤의 체중이 불어나지 않는 까닭은 바로 평소의 생활습관이다. 앨리샤는 무더운 날씨에 나와 함께 늘어져 있다가도 스트레칭과 그루밍은 빠지지 않고 하고, 저녁 무렵 조금 덜 더워지면 집안을 한바탕 달리고 나서야 밥그릇으로 향한다. 이를 보고 있으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보이는 일명 누구누구의 다이어트 비법이나 운동비법을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다.
물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자는 데 소비하는 고양이의 잠습관은 절대 배우면 안 될 점이지만,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기특하게도 꼬박꼬박 자신의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을 빼먹지 않는 모습은 단순히 고양이의 '습성'을 넘어서서 대견스럽기도 하고 반려인으로서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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