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에 대하여'/ 알랭 바디우 지음/ 서용순'임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어려운 문구와 난해한 문장에 대한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치밀한 분석과 성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부정의 문학'의 대표작가로 인식되는 베케트가 실제로 지향한 미학이 어떤 것이었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작가와 비평가의 분석이 만나는 이 '예외적인 순간들'은 문학과 예술이 견지해야 할 가치와 용기를 제시한다.
사무엘 베케트라고 하면 대부분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리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랭 바디우는 베케트의 회의주의를 벗어난 희망의 실마리와, 타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사건'의 사유를 파고든다. 베케트가 작가로서 다뤘던 폭넓은 영역을 이 책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후기를 통해, '베케트는 집요하다. 그는 어떤 곤경에 주목하여 그것을 끝까지 몰고 간다.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 비참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가운데, 모든 가능한 사유의 실험을 강행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거기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말했다.
저자는 베케트가 말한 그 미세한 희망을 주저하지 않고, 진리에 대한 희망이라고 했다. 더불어 베케트에게서 누구도 발견하려 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를 부정과 절망의 대표주자가 아닌 희망의 예술가, 진리의 예술가로 만들고 있다.
저자는 베케트를 통해 말한다. "예술의 임무는 모든 진리가 기원하는 이 예외적이고 모순적인 지점들을, 우리의 인내가 재구성해 낸 조직물 안에 간직하고 붙들어, 별처럼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본문에는 눈에 띌 만한 대목이 나온다. 결국 베케트의 모든 재능은 거의 과격할 정도의 긍정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잠언의 형식은 그에게 전혀 낯설지 않았으며, 그것은 항상 열정과 앞으로 나가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잠언 중 하나다. 그리고 결론. "불모의 땅, 그러나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 베케트는 실로 이 땅의 불모함을 말해야 할 것이었지만 결국엔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이라는 문구를 통해 세상에 희망과 용기, 열정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1937년 모로코에서 태어난 저자 알랭 바디우는 프랑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중, 마오주의 운동가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모순의 이론'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등의 정치 저작을 집필했다. 그는 존재론에서 출발해, 진리와 주체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278쪽, 1만6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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