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K가 작가 송은영'이효연 2인전을 11일까지 열고 있다. '느린 풍경'이라는 표제로 선보이는 20여 점의 작품들은 두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현대인의 초상이다. 작품들은 무심한 익명의 공간에서 마주친 사물과 풍경이 서로 조정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타자와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리1대학에서 조형 미술을 공부한 송은영은 환영(illusion)과 존재, 기억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해왔다.
그녀가 창작해내는 풍경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흡사 현실을 재현한 듯 보이지만, 형태의 윤곽선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원근법에 변형과 왜곡을 가한다. 이처럼 '침범된 원근법'은 입체 공간을 평면의 캔버스로, 중성적인 오브제를 기억과 지각에 대한 주관적인 매개체로 변환하는 송은영 특유의 화법이 되었다.
소파에 파고든 창틀, 침실에 끼어든 바다, 문짝에 합체된 인물은 실재와 환영을 넘나들지만 초현실주의자의 접근과는 구별된다. 중심 형태(figure)와 배경(ground) 간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작가의 경계 침투는 주인공이 공간이 되고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하여 현대인의 상실감을 드러낸다.
스웨덴 왕립미술 학교를 졸업한 이효연은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풍경으로 담아오고 있다.
하나와 다른 하나 사이에 놓인 모호한 경계의 상태 혹은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여기도 거기도 아닌 제3의 중간 경계를 불분명하게 드러낸다. 도시의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몰개성의 인물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논픽션(realistic nonfiction)이라는 이야기 장르 회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은 물론이고 어떤 내러티브도 명시되지 않는다. 홀로 혹은 다수로 등장하는 인물은 특정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타인에 대해 무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은 외부와 일말의 관계 맺기도 거부함으로써 이방인이기를 자처하지만, 결코 이방인일 수 없다.
방관과 관음, 익명성과 소외라는 현대인의 건조한 방어 기제 이면에 수반된 어쩔 수 없는 고독은 그 바탕에 '관계'를 향한 본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심리는 작품 전반에 회색의 빛깔로 드러난다.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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