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대 재벌 부채 총액 600조원 육박

국내 30대 재벌의 부채 총액이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절반가량이 5년 전보다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유동성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의 작년 말 부채 총액(그룹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금융계열사의 부채를 제외)은 574조9천억원 규모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313조8천억원)보다 83.2%(261조1천억원)나 증가했다.

30대 그룹 부채는 국가부채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443조1천억원 규모였으며 올해 480조3천억원, 내년 515조2천억원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금융위기보다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재벌의 부채총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부채비율은 2007년 말 95.3%에서 작년 말 88.7%로 낮아졌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불건전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전체 부채비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량 그룹을 제외하면 재무안정성이 대부분 악화됐다는 점이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28개 그룹의 부채비율은 113.7%에서 115.4%로 오히려 상승했다. 또 부채비율이 5년 전보다 높아져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그룹이 14곳에 달했으며 심지어 부채가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부채비율 200% 이상 그룹도 동양(1,231.7%), 한진(437.3%), 현대(404.1%), 금호아시아나(265.0%), 동부(259.4%), STX(256.9%) 등 6곳이나 됐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도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악화됐다. 30대 그룹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2007년 말 5.48에서 작년 말 9.20으로 향상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배율이 높을수록 채무 상환 능력이 좋아진 것을 뜻한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28개 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면 같은 기간 4.45에서 3.67로 크게 낮아졌다. 심지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도 STX(-8.35), 동국제강(-4.84), 현대(-1.11), 한라(-0.74), 한진중공업(0.34), 한진(0.37), 두산(0.83), 동양(0.87) 등 8곳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는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어렵다는 의미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의 경기가 나빠졌지만 재벌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부채가 급증했다"며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부채 폭탄'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