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老풍당당…문화해설사·지킴이 등 '사회 공헌' 활동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이 지난 2011년 문을 연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이 지난 2011년 문을 연 '마실김밥'은 60세 이상 지역 어르신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 판매수익금은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과거 보호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노년 세대가 재취업, 봉사,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사회 활동의 주축이 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대비되는 개념인 '노년인구(65세 이상)'라는 말은 더 이상 시대를 담지 못하는 옛말이 될 정도다.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는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사회에 공헌하는 어르신들

이종원(77'대구 북구 태전동) 씨는 직업이 4개다. 골목문화해설사, 수필가, 대구소비자연맹 교육위원, 대구문화재지킴이 회장 등이다. 40여 년 동안 교직 활동을 했던 이 씨는 요즘 여러 직업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젊었을 때 온종일 일에만 매달려 살다 직장을 나오고 나니 갈 곳이 없더군요. 밀려오는 무력감을 이겨내고자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씨가 새롭게 찾은 첫 직장은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해설사.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문화재에 관심이 많던 이 씨의 오랜 꿈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했던 이 씨는 급기야 대구문화재지킴이회를 만들었다. 대구 문화재들을 살피고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지금은 대구 도심 골목에 묻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목문화해설사 업무를 중구 시니어클럽을 통해 하고 있다. 또 이 씨는 10년 차 소비자 상담원, 다작의 수필집을 쓴 수필가라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모두 이 씨가 퇴직 후 이뤄냈고 또 만들어가고 있는 일들이다. 이 씨는 "훗날 염라대왕을 만나 이승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문화재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며 나의 이름이 쓰인 20권 이상의 책을 썼다고 자랑할 것이다"며 "퇴임 후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면서 갈수록 젊어지고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씨와 같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는 어르신은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 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60세 이상 지역 어르신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관이다. 올해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니어클럽 어르신은 5천240명. 이중 70대가 3천여 명으로 가장 많으며 80대는 140여 명이다.

이점미 대구시 저출산고령사회과 노인일자리 담당자는 "많은 어르신들이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자아실현을 목표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다"며 "노인일자리는 어르신들에게 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 활짝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이 2011년 봉산동 메트로센터 지하상가에 문을 연 '마실김밥'은 '꿈꾸는' 어르신들의 일터다. 이곳 주방책임자 김순연(61'여'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출'퇴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김 씨는 "회사 생활을 할 땐 '언제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을 항상 안고 살았다"며 "좋아하는 요리를 통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알차다"고 뿌듯해했다. 손님으로 온 서주용(61'여'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연세가 있으셔도 활기차고 건강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자부심으로 뭉친 사람들이 만든 음식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해 음식이 더 깔끔하고 맛있게 느껴진다"고 했다.

봉사, 취미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어르신도 늘어나고 있다. 30여 년 동안 기차만 알고 지내왔던 박만수(75'대구 동구 효목동) 씨의 삶에 2004년 반전이 일어났다. 퇴직 후 우연히 참여하게 된 나비생태해설봉사단은 박 씨를 '노인 전문가'로 바꾸었다. 이곳에서 알게 된 봉사단체를 통해 노인 관련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박 씨가 현재 몸담고 있는 노인 관련 봉사활동은 중구노인상담소 노인상담원,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단, 노인의 전화 상담봉사원, 노인학대연극, 노인관련 강사 등 7가지다. 박 씨는 "뒤늦게 시작한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남에게 베푸는 기쁨도 느끼며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며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노인 자살, 치매, 학대 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남구문화원의 '얼쑤신바람청춘합창단'은 노래로 청춘을 되찾고자 하는 어르신들 모임이다. 평균 연령 68세의 어르신 102명은 지난해 5월부터 매주 월요일이 되면 남구문화원에 모여 노래 삼매경에 빠지고 있다. 단순히 모여서 노래만 부르는 합창 모임이 아니다. 각종 대회와 행사에 출연해 그간 갈고닦은 노래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올 6월에는 '제16회 전국 환경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해 실버 및 환경퍼포먼스 부문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다.

대구남구문화원 관계자는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어르신들이지만 연습 때 보여주는 열정은 젊은 세대 못지않다"며 "젊은 시절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들어내는 화음은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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