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복지세

생소하지만 유럽에서 '베스파시아누스'는 공중화장실을 일컫는 말이다. 이태리에서 '베스파시아노'라고 말하면 공중화장실로 알아듣는다. 이 용어는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이름에서 비롯됐는데 그가 실시한 세금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조롱이 지금까지 남아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서기 73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직접 재무관으로 취임해 인구 센서스인 국세조사를 실시했다. 로마 국세조사는 17~45세의 시민권을 가진 성인 남자를 파악해 병역을 부과하는 조사였다. 하지만 당시 국세조사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그는 자투리 농지에도 임차료를 물려 조세 수입을 늘리는 데 열심이었다. 라틴어로 '벡티갈 우리나이'라는 기상천외한 세금까지 물렸다. 번역하면 '오줌세'다.

위생 관념이 강한 로마인들은 공중목욕탕과 하수도 정비도 모자라 시내 곳곳에 공중변소를 설치했다. 이에 착안해 오줌세를 신설했는데 오줌을 공짜로 수거해 암모니아 성분으로 양털의 기름기를 빼는 데 사용한 섬유업자에게 세금을 걷었다. 아들 티투스가 심하다며 투덜대자 그는 '돈에는 냄새가 없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사실 세금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는 없다. 달갑잖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지옥이다. 과도한 세금은 반발을 부르고 사회 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폭군으로 불리는 칼리굴라나 네로도 시민 반발이 겁나 세금 정책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17세기 영국의 '창문세'나 러시아 표트르 대제 때 귀족에게 물린 '수염세'는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황당한 세금 걷기의 표본이다.

기초연금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이 사표를 쓰는 등 나라가 시끄럽다. 빤한 재정으로 공약가계부대로 시행하려니 곳곳에서 잡음과 비명이 커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파행을 막는 길은 성장과 증세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두 가지 해법 모두 만만찮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근본 해결책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으로는 누가 정권을 잡든 복지의 저주가 될 공산이 크다. 190조 복지 예산을 공약했던 야당이라고 예외일까. 예산 누수를 틀어막거나 아니면 부유세나 복지세를 신설해 더 걷든 무슨 방법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제안한 국민대타협위원회의 역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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