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는 새마을 세계화사업의 씨앗이 될 새마을지도자를 양성하고 현지에 파견되는 봉사단원들에게 실질적인 방법론을 교육한다. 지난 2007년 경상북도와 경운대가 함께 설립한 이후 세계화 추진의 산실로 교육 거점의 역할을 해왔다. 새마을봉사단 교육과 해외 지도자 초청 연수, 외국인 대상 새마을운동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주된 활동이다. 이곳을 거쳐 간 국내외 봉사단과 각국 지도자들은 2천여 명에 이른다.
◆새마을봉사단을 키우는 둥지
지난 7월 9일 구미 경운대 벽강홀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 해외 파견을 앞둔 새마을봉사단원들이 분임 토의에 한창이었다. 르완다 무심바마을에 파견될 봉사단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현지 마을 주민들이 1년 2개월간 함께 진행할 사업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앞서 진행됐던 사업들을 검토하고 현지 주민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같은 시간, 르완다 기호궤마을에 파견될 단원들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현지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가축은행 사업이 위험 부담이 있고 소득을 내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대체할 만한 소득 증대 사업은 어떤 게 좋을까요?" "새마을 조합원들을 교육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참 논의하던 봉사단원들은 뾰족한 수를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에 파견되는 봉사단원들은 이곳에서 3주간 머물며 교육을 받는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해와 성과는 물론, 추진 원리와 방법 등을 교육받고 현지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소득 증대 사업과 생활환경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들은 지난 8월 아프리카 현지로 파견돼 활발하게 새마을운동 보급을 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아프리카 3개국 공무원과 새마을지도자들이 경북 의성군 옥산면 저수지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농업용 저수지를 본 마을지도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기 때문이다. 르완다 카모니시에서 온 루싱가 지크 시장이 놀라며 물었다. "시골구석에는 마을이 별로 없는데 댐이 굉장히 크다. 물을 가둬서 어디에 씁니까?" "이 물은 평소에는 하천 유지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가뭄 등 비상시에는 식수로도 활용합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연수생들은 저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저수지 건설 방법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새마을아카데미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새마을운동의 기반은 주민 참여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있다"며 "현지 새마을 관리요원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수요조사를 요청해 교육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를 받는 아프리카 공무원들과 마을 지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탄자니아에서 온 알리 오마르 씨는 "고층 건물과 공장 지대 인근에 친환경적인 농장이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며 "한국이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배워 고국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 교육의 산실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는 2007년 7월 경상북도와 경운대가 함께 설립했다.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연구와 정책 과제를 개발하고 새마을운동의 해외 전파를 위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연수사업 전용시설로 국제회의실과 대형 강의실, 자료실 등을 갖췄고, 새마을연수생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도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은 새마을 리더 해외봉사단의 교육이다. 새마을 리더 해외봉사단은 지금까지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르완다 등 아프리카 3개국과 인도, 필리핀 등 5개국에 235명이 파견됐다. 현지 국가에 파견될 외국인 연수생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대학생 새마을 해외봉사단의 운영도 새마을아카데미의 몫이다. 경북 지역 4년제 대학생들을 모집해 단기간 해외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각국에서 새마을 교육과 홍보, 한국문화 전수와 의료 봉사활동 등을 펼친다. 2007년부터 431명이 파견됐으며 지난 7월에도 2주간 봉사단원 90명이 베트남과 필리핀, 에티오피아에 파견돼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새마을운동을 보급하고 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외국인 유학생 166명을 초청해 새마을 교육을 진행했다.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조성 사업에 대한 연구와 해외봉사단 파견을 위한 연구 성과들도 내놨다. 새마을운동의 저변 확대와 해외 저개발국가에 보급하기 위한 새마을운동 역사 전반에 관한 동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전 세계에 뿌리는 새마을운동의 씨앗
지난 9월 11일 포스코 홍보관. 새마을국제대학 학생 30여 명이 포스코의 미니어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포스코 고로 1호기를 재현한 모형 안에서 처음 철강을 생산하는 장면이 상영되자 다들 탄성을 질렀다. 홍보센터에서 포스코의 설립 과정과 제철 과정에 대한 홍보 영상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오메르 조세 란드리 기에히(32) 씨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런 산업시설이 절실하다.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저개발 국가의 공무원들을 초청하는 새마을국제대학 교육과정의 일환. 한국의 새마을운동 이론과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현장 견학과 워크숍 등을 통해 역량을 기르는 방식이다. 2006년부터 이곳을 거쳐 간 국가는 무려 53개국. 모두 849명이 연수를 받았다.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20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 아시아 17개국, 바누아투, 카자흐스탄, 러시아,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의 공무원과 마을지도자들이 교육을 거쳐 갔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온 공무원 마이클 고타하(51) 씨는 "양국 간에 상황은 다르지만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빈곤 극복을 위해 새마을운동 방식을 모방해서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수이자 지방정부의 공무원인 남수단 아로프릭 뎅(52) 씨는 "지역 사회의 발전과 빈곤 극복 방안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종족과 종교 간의 차별이 심한 남수단의 입장에선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추진력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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