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고 신나게 춤판이나 벌여 보세. 어얼쑤~"
안동의 해학과 풍자가 세계 속에서 빛났다.
2일 오후 7시부터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공연에서는 연신 '바구스! 바구스!(최고! 최고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장을 찾은 세계 각국의 관객들은 각시의 무동마당에서 탄성을 질렀고, 이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는 박장대소했다. '하회탈춤'의 뜻도 모를 한국말로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2천여 관객들은 일제히 탈춤에 매료됐다.
APEC 정상회의 공식 문화행사에 한국 대표로 유일하게 초청된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팀은 발리를 찾아 온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하회별신굿탈놀이팀은 각시'파계승'양반'선비'초랭이'이매'부네'백정'할미 등 10여 명. 이들이 현지 발리팀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풍물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움에 환호했다.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파계승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양반에 대한 해학 등은 몸짓 그대로 '바디 랭귀지'가 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탈놀이팀은 공연을 마친 후 무대를 내려가 관객들에게 하회탈 목걸이를 선물로 걸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깜짝 이벤트를 펼쳐 큰 인기를 끌었다.
발리 와르다나(36) 씨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공연이 아주 흥미롭고 환상적이었다. 한국을 빨리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교민 조익진(48) 씨는 "현지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며 "안동이 보유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인들에게 신명과 웃음으로 선사한 것 같아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임형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장은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인 APEC 정상회의 공식 문화행사에 한국대표 팀으로 초청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7,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제21차 APEC 정상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총 21개국 국가 원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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