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연휴는 꽤나 길었다. 그로 인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두고 고향에 가야 할지, 함께 가야 할지 고민이었으리라. 다행히 우리 집엔 오빠가 남아 있었기에 그런 걱정은 덜었지만, 남겨진 녀석들을 돌보아줄 사람이 없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거나, 반려동물만을 남겨 두고 길을 떠나야 한다. 특히나 데리고 갈 상황이 되지 못해 반려동물을 홀로 두고 집을 나서게 되면 밖에서 다른 볼일을 보고 있어도 계속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런 마음은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아랫집에 머물던 친구네 냉면이는 주말을 맞아 반려인이 집에 내려가고 나면 혼자 집안에서 야옹거렸다. 내가 계단을 오르내리며 친구 집 앞을 지나칠 때면 홀로 반려인을 찾는 냉면이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도 반려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앨리샤는 내가 나갈 때마다 슬픈 표정을 짓고, 돌아올 때면 정말 많이 기다렸다는 듯 후다닥 뛰어나와서 반긴다. 평소엔 무관심하기 짝이 없던 체셔마저도 가족들이 집을 비운 시간이 길어지면 현관까지 나와서 몹시 반기곤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에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 동안은 밥도 통 먹질 않아서 집에 돌아와서 사료 그릇을 보면 평소에 먹었을 사료 양의 절반도 채 먹지 않았다. 이렇게 영문도 모르고 반려인이 언제 오나 목 빠져라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차라리 항상 데리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번 추석 연휴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리고 버스터미널에서 자신의 반려동물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자그마한 수조 속 달팽이부터 시작해서 캐리어에서 귀엽게 얼굴만 쏙 내밀고 있는 강아지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사실 나 역시 연휴를 이용하여 우리 집 고양이들을 데리고 장시간의 여행을 감행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썩 좋지 못한 기억이 남았다. 최대한 짧은 이동시간을 위해 일부러 도로가 한산한 새벽 시간대를 이용했지만 한 번도 장기간 이동해 본 적이 없던 앨리샤에겐 그조차도 너무나 무리한 일정이었다. 케이지에서 나와 유유히 창밖을 구경할 정도로 우리 집 차에 익숙한 체셔와는 달리 낯선 공간에, 그것도 달리는 자동차 안에 탑승하게 된 앨리샤는 심한 멀미를 하기 시작했고, 집에 도착하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이처럼 장시간 차 내부에서 받는 정신적 고통, 그리고 차멀미, 게다가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과 부적응까지, 이동하면서 반려동물들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너무나 많다. 앨리샤의 경우엔 생각보다 더 심한 편이었기에 다시금 데리고 다닐 엄두도 나지 않았다.
고양이들과 함께 산 이후로 하루 이상 집을 비우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늘 녀석들이 마음에 걸리기에 가족 전체가 함께 여행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싫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가끔 집을 떠나게 되면 여느 가족들에게 느끼는 것처럼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기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 독립적인 성향을 띤 고양이들이라고 해도, 분명히 녀석들도 물, 사료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체셔와 앨리샤와 떨어져 있을 때 '불안, 걱정, 그리움'을 느끼듯이 녀석들도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고 반가움을 느끼고, 그간 느끼던 불안감에서 해소된다는 것. 이는 바로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유대감,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징표가 아닐까.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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