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무더위가 물러간 자리에 산뜻한 가을의 향기가 가득 차 있는 지금, 전쟁 같았던 지난 여름날을 기억해본다. 다들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 바다로 향할 때 우리 가족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 면회를 위해 새벽을 열며 전방으로 내달렸다. 상병 계급장을 가슴에 달고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위병소 앞으로 한걸음에 뛰어오는 아들과 그를 기다리는 가족 모두의 입가에 해후의 행복한 미소가 가득 실렸다. 순둥이같이 여린 녀석을 대한의 남아로 국방부에 맡겼던 작년 7월 10일. 연병장 가운데로 한걸음에 뛰어가던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움과 걱정스러움에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5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친 아들의 수료식에 참석하였다. 먼발치 아들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집사람의 눈언저리는 벌써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자랑스러운 아들들에게 훈련병이 아닌 이병의 계급장을 달아주는 식순에서는 그 넓은 연병장이 반가움과 애틋한 부모사랑 아들사랑으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제 상병이 된 아들과 함께 부대 인근 숙소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1년 전 힘들었던 아들의 훈련병 이야기와 나의 배고프고 고달팠던 군 생활 이야기를 안주 삼아 부자간에 정과 사랑과 희망과 용기를 가득 채운 잔을 나누며 아주 특별한 여름휴가를 만들었다. 이 모두가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하고 있는 아들 덕분이기에 그저 고맙고 기특하다.
오늘 밤은 뒤뜰에서 유난히 풀벌레 소리가 많이 들린다. 점호시간에 풀벌레 소리 들리면 집 생각이 더 깊어진다는 아들의 말이 떠올라 그 녀석의 순박한 미소가 많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사랑한다 아들아.
손진호(대구 북구 태전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