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찜닭, 백숙, 튀김닭, 닭개장…. 닭요리 하면 수없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달성군 가창면 주리에 가면 구들장으로 만들어진 불판에서 익혀내는 '돌방구 촌닭구이'가 있다. 닭의 뼈를 발라낸 살코기를 갖은 양념으로 숙성시켜 놓았다가 이를 달구어진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내는 닭요리다. 이 메뉴의 진미는 바로 구들장으로 만들어진 돌판에서 나온다. 돌판이 닭 특유의 잡내를 흡수하고 살점을 고루고루 익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가창면 소재지에서 포레스트 스파밸리 워터파크를 지나 청도 쪽으로 내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주리 먹거리촌'을 알리는 대형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오르막 산길을 조금 가다 보면 '대자연 생수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집이 바로 '돌방구 촌닭구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우선 산중에 위치한 식당치고는 주차장이 꽤 넓고 마당의 평상에 마련된 자리에 가족이나 단체손님이 족히 100여 명이 앉아도 될 규모이다. 왼편 산그늘 쪽에는 유명 외제차 이름이 붙여진 5, 6칸의 방갈로도 마련돼 있다. 아베크족들이 선호할 만한 공간이다.
처음부터 메뉴를 정해놓고 도착한 4명의 손님들이 '돌방구'라고 주문하고 기다리면 곧 구들장 돌판이 나온다. 이 집 돌판은 운모 성분이 다소 섞인 화강암이나 흑운모로 만든 것이다. 돌이 열을 받으면 운모가 원적외선을 방출한다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미리 주방에서 달군 돌판에 안쳐진 닭고기는 80% 정도 익혀진 채 손님들 상으로 보내진다. 그래서 손님들은 가스레인지 불을 따로 켤 필요가 없다. 이미 달아오른 돌방구 불판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닭고기를 골고루 익히게 된다. 손님들은 닭고기를 불판에서 몇 차례 뒤집기를 반복하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먹으면 된다.
친환경 닭고기…논'밭 농사지으며 식재료 조달
돌방구 촌닭구이는 매운맛이 특징이다. 화끈하고 매콤한 맛이 구미를 더 당기게 한다는 것이다. 매운맛에 약한 손님들은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하면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이 식당의 사장 이연희(64) 씨는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며느리의 친정 언니가 돌방구 촌닭구이의 레시피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양념을 한 닭고기를 제주도로 부쳤을 정도로 '맛 지키기'에 인정사정이 없다.
정량 600g이 한 마리분이다. 4인 기준으로 해 기본 돌방구 구이에다 나중에 나오는 돌판 볶음밥까지 먹으면 배가 두둑하다. 날개는 뼈째로 찜을 해서 내놓는다. 손님이 밀려오는 주말에는 일손이 부족한 탓으로 날개찜은 메뉴에서 빠진다.
주재료인 닭은 인근 창녕에서 친환경 닭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제공받는다. 쌀이나 채소들은 대부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구입해 사용한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남편과 함께 논농사와 밭농사를 각각 6천여㎡나 짓고 있다.
원래는 식당 자리가 이 사장의 복숭아 과수원이었고 특히 이곳에서 나는 물이 좋아 주변 사람들이 복숭아를 사거나 생수를 받아 가려고 산중턱까지 올라오곤 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이 이곳 과수원에서 본업으로 식당을 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1991년 3월 구미산업단지에서 불거진 페놀오염 사고 이후 위험을 느낀 대구 시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대구 사람들은 바람도 쐬고 물도 얻기 위해 물 좋다고 소문난 이 사장의 과수원으로 몰려들었다. '찾아온 손님들을 그냥 돌려 보낼 것이 아니라 뭔가 이윤을 남기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 끝에 허름한 과수원 농막에서 파전을 굽고 동동주를 빚어 내놓게 됐다.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 다시 며느리에게
결과는 대박이었다. 나중에는 물을 긷기 위해 오는 손님보다 동동주와 파전 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몰려드는 손님을 맞기 위해 농막을 뜯어고쳐 그럴싸한 식당으로 만들었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재촉하다 압력밥솥 뚜껑이 터져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고 온몸에 대상포진이 와 죽을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시어머니는 돌방구 촌닭구이 레시피를 개발해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작고했다. 이 사장은 1995년부터 복숭아 과수원의 옛 농막 자리에 정식으로 식당허가를 내고 돌방구 촌닭구이를 주메뉴로 내놓았다.
이 사장은 여장부로도 통한다. 빡빡한 식당일에도 주리 이장을 6년 동안 맡았고 4년 전에 내놓았다. 또 가창면 내 음식업 업주들의 친목단체인 번영회장도 4년 동안 맡을 정도로 부지런하다.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이 사장은 "아들(전진우'40), 며느리(박정윤'36)에게 식당일을 넘겼지만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가 나오고 어떨 때는 직접 불판을 들고 뛸 때도 많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