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드물지만, 중년 부부가 남편의 혼외자녀 문제로 필자의 상담뜨락을 찾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사연은 남편의 외도로 급기야는 상대 여성이 아이를 출산해 버리는 이기적 선택을 감행하여 가족 모두의 문제가 심각해진 경우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본처를 버리거나 이혼하기보다는, 떠나려는 아내에게 무릎을 꿇어 백기를 들고는 결국은 상대 여성을 선택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연어가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여 바다를 찾아갔다가 마침내 알을 품고서는 다시 자신의 본토인 강으로 찾아온다는 '회귀본능'(回歸本能)적 심리나, 여우가 생명을 다하여 죽음을 맞을 땐 머리라도 고향 쪽으로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발로가 이들의 외도 심리에도 작용한 결과일까.
이런 조짐을 느낀 상대 외도녀들은 남자의 본능적 회귀에 실망하고 질투한 나머지 그 분노를 품고 또 다른 대상을 찾아간다. 거기서 버려지는 아이가 바로, '혼외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이다.
필자는 이러한 아이들을 상담 장면에서 '혼외자'라는 법적 용어보다는 'unwanted child'(원하지 않았던 아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왜냐하면, 전자의 용어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생된 이들에게 어른들의 무책임한 결과를 아이에게만 아픈 이름을 명명시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아이들은 그보다는 모두가 원하지 않은 출생을 당한 것뿐이라는 견해를 가진다. 그래서 필자는 부모들에게 말한다.
'아이는 영원히 무죄입니다'라고.
그러므로 고통의 잔여물들은 오롯이 부모가 해결할 십자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있어서 그 아이는 눈엣가시 같고, 남편의 배신과 불신의 결정체이며 아내의 영혼을 산산조각 내버린 용서할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이므로 그 아이를 거부하고 저주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고통을 투사(投射) 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이 아이들에게 긍휼함을 베풀기를 거부하며 필자에게 마치 친정어머니에게 매달리듯 아이를 양육하지 않게 상황을 도와달라는 호소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나 어찌 하랴. 이미 엎질러진 이들의 불편한 가족구도를 놓고 보는 필자의 망원경적인 렌즈에는, 어린 무죄의 영혼을 끌어안는 지금의 고통이 훗날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임이 보이는 것을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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