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임대업자 김 모(49) 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몇 해 전 30여 억원을 들여 대구 달서구 호림동에 6층짜리 건물을 장만했을 때만 해도 인생이 펴지는 듯했다. 알짜 고객(?)인 금융 지점이 2개층 입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막급이다.
얼마전 증권사, 은행 등 임대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금융지점들이 올 들어 연이어 나간 탓이다. 그는 "금융 경기가 나빠 증권사가 인원을 줄이고 지점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공실이 생겼다. 이자 내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증권사, 은행 등 금융업 불황에 건물 임대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증권사들이 앞다퉈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어 '깡통 사무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A증권사의 경우 수성구, 중구, 달서구에 나가 있는 지점을 줄이고 사무실 통폐합을 통해 몸집 줄이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곳 직원은 "최근 몇 년 간 증권사들의 실적이 저조해 인력과 사무실 등 경비 절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면서 "더 작은 사무실을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등 금융지점은 임대업자들의 VIP 고객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금융 사무실 등은 장기 임대하는데다 임대료도 30% 정도 높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 규모가 큰 탓에 한번 빠지면 다른 업종을 유치하기도 힘들다.
현재 수성구 황금동의 한 건물은 한해 전 증권사가 나간 뒤 아직까지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의 경우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금융 업종이 몰려 있지만 이들이 빠져나가거나 몸집을 줄일 경우 임대료 가치 하락 등 주변 상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한다.
권오인 한국부동산협회이사는 "원룸 공급이 넘쳐나 임대료가 떨어진 것처럼 건물은 공급과잉이 아니더라도 공실이 많이 생기면 주변 임대료까지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원감축과 지점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은 증권업계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증권사의 3분의 1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 등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20개 증권사 중 16개 사가 감원을 실시해 865명이 증권사를 떠났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증권사를 포함할 경우 퇴직자는 1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점 통합도 활발히 진행돼 하나대투증권은 8개 지점, 현대증권은 10개 지점을 줄였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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