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래 갈등 또래끼리 해결하죠"

대륜중 3년된 또래조정위원회 교사, 학부모 개입전 스스로 해결

대구 대륜중학교 2학년인 A군은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B군을 밀어 넘어뜨렸다. B군이 종종 자신의 별명을 부르며 장난을 걸곤 했는데 그동안 쌓인 감정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 A군이 느긋한 성격이어서 밀친 것이 장난이라 생각한 B군은 자신도 A군을 밀쳤다. 결국 둘이 다투다 주먹다짐으로 번졌고 A군은 상처를 입어 보건실로 옮겨졌다. 장난에서 시작된 일은 양쪽 학부모가 개입, 어른들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고민하던 학교 측은 교내 또래조정위원회를 활용하기로 했다. A, B군이 같은 학년인 또래조정자들과 만나면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 또래조정을 맡은 C, D군은 "여섯 차례 당사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서로 미운 감정이 남아 있지 않고 화해하고 싶은데 양쪽 부모님이 흥분한 상태여서 난감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서로 화해하기로 약속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글을 각자의 부모에게 전해 상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륜중학교(교장 서영목)가 학생들 스스로 또래 문화를 가꿔 나가자는 취지로 또래조정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또래조정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또래 학생이 조정자가 돼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자연스럽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 대륜중에선 동아리 형태의 '대륜 또래조정위원회'가 학생들 사이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풀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륜 또래조정위원회는 2011년 닻을 올린 뒤 갈등 해결 역할극, 모의 또래조정, 조정 전문가와 법조인 특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정 능력을 키웠다.

지난해 6월 교육부로부터 또래조정 시범학교로 지정받은 뒤부터는 또래조정 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작년에 15명이던 또래조정자들은 올해 2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등굣길에 또래조정을 홍보하고 또래조정 신청함을 교내에 설치하는 등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또래조정 활동을 알렸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건의 또래조정 활동을 펼쳤고 그 가운데 9건을 해결했다. 해결하지 못한 3건은 상담교사 등에게 넘겼다.

또래조정자와 교사들은 이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3학년 김민석 군은 "또래조정을 해보니 실제 또래조정자에게 중요한 것은 조정 능력이 아니라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와 인내심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해졌을 뿐 아니라 또래조정 후 친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얻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3학년 임준 군은 "친구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주면서 굉장히 뿌듯했다"며 "또래조정자로 활동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등 한 단계 더 성장한 것도 기분 좋은 부분"이라고 했다.

또래조정자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보람 교사도 또래조정 예찬론자다. 이 교사는 "또래조정 활동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은지, 대화와 토론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게 좋은지 등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학교에 평화적이고 안정된 또래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대륜중에 학생들끼리 갈등을 해결하는 또래조정 활동이 활성화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륜 또래조정위원회' 소속 학생들. 대륜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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