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은퇴일기] 별들의 고향

저에겐 오래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살았던 지구를 아주 멀리서 한 번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치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듯 우주에서 지구라는 별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한 인간이 웃고 울었던 그곳을 말입니다.

이런 꿈을 가진 이들이 많나 봅니다. 내년부터 단 3분이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우주여행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미 600여 명이 2만달러씩 계약금을 내고 대기 중입니다. 그중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할리우드 스타 커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최근 아주 우연히 우주를 보고 싶어 하는 까닭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의 인터뷰였지요. 그는 우리 몸의 구성 성분과 별의 구성 성분이 똑같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물질 성분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주의 수많은 별이 수명을 다하면서 폭발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소 알갱이들이 뭉쳐져 지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우리의 몸은 지구에서 나왔고 지구는 곧 우주의 별에서 생겨났으므로 우리는 별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별이 우리의 고향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별을 그리워한 이유도 어쩌면 아주 오래전 제 몸에 새겨진 별의 흔적이나 신호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치입니다.

얼마 전 '별들의 고향'을 쓴 작가 최인호가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를 대단한 작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품보다 더 훌륭한 것은 병을 얻은 후 삶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환자가 아닌 작가이고자 했습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손가락에 진물이 흐르자 골무를 낀 채 육필로 원고를 써내려 갔습니다. 끝까지 인간의 자존과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게지요.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한 사나이의 자유로운 영혼과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그렇게 쓰고 또 썼을 것입니다.

그의 표현처럼 우리 모두는 엿가락입니다. 엿장수님이 어느 날 싹둑 자르면 잘려 나가야 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한없이 슬프기도 하지만, 더욱 담대해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 별들의 고향에 또 하나의 별이 돋아날 것만 같습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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