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동네 동생 왜 데려가" 납치범 막은 '용감한 꼬마들'"

주택가 공원서 여아 납치 범인 초·중생 3명에 잡혀

구미의 초'중학생 3명이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하려던 40대 남성을 제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오후 6시 50분쯤 구미시 형곡동의 한 주택가 공원.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K(14'중2) 군과 A(11'초5) 군, B(10'초4) 군 등 3명은 40대 남성이 어린 여자아이를 끌고 가려는 광경을 목격했다. S(48) 씨가 "언니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가자"고 A(4) 양을 안심시키며 유인하고 있었던 것.

S씨는 싫다며 미끄럼틀 안으로 숨는 A양의 팔을 잡고 억지로 끌어내는 중이었다. 당시 A양과 함께 있었던 A양의 언니(6)는 당황해서 울다가 K군 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K군 등은 망설임 없이 달려가 "팔을 놓으라"며 소리치며 S씨를 막아섰다.

이들의 제지에 당황한 S씨는 약간의 실랑이 끝에 A양의 팔을 놓고 자리를 피했다. S씨가 돌아서자 K군은 A양에게 "아빠는 어디 있느냐, 집은 어디냐"고 물었다. A양이 "공원 근처에 엄마 가게가 있다"고 대답하자 K군은 300m가량 떨어진 A양의 어머니(30)가 운영하는 가게로 달려가 상황을 알렸다. 그 사이 주변에 있던 다른 어린이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화들짝 놀라 달려온 A양의 어머니는 50여m가량 걸어서 달아나던 S씨를 붙잡아 따졌고,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신병을 인도했다. 당시 S씨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큰 저항은 없었다. 초'중학생 3명의 용감한 행동으로 납치사건을 막은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서는 수천여 개의 댓글 등이 달리는 등 칭찬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아이들이 여아 납치를 막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박수를 보낸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청소년 관련 기사가 뜨면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미담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아직 세상은 살만한 듯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구미경찰서는 5일 여자 어린이를 납치하려 한 혐의(미성년자약취유인)로 S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S씨는 "술에 취해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구미경찰서는 용감한 행동으로 S씨를 붙잡는데 도움을 준 초'중학생 3명에게는 표창장과 수저 세트, 도서상품권을, A양의 어머니에게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지급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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