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력은 10월 9일이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표시된 2종류가 있어서 한글날이 공휴일인지 아닌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는 공휴일이 많은 것이 그리 반갑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지난해 정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3.6%가 찬성하였다고 하니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생각이 그러하였던 모양이다.
리서치업계에 종사하는 필자가 본 세종의 가장 놀라운 치적은 역사상 최초로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정책에 반영한 왕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600여 년 전에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집행에 활용했다는 것은 세종이 어떤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가를 짐작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종은 다름 아닌 조세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새로운 조세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자 세종은 여론조사를 지시했다. 세종실록에는 "정부, 육조와 각 관사, 각 도의 감사, 수령으로부터 민간의 빈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를 물어서 아뢰게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여론조사는 관리들이 직접 나가서 조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직접 백성들을 대면하고 설명을 해준 다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호조에서 내놓은 최종보고서에는 "찬성 9만8천657명, 반대 7만4천149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57%로 찬성이 우세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결과였다. 또 지역의 사정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방대한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실시 후 6년간 이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민심이 따라주기를 기다렸다는 점이다. 반대여론을 무시하거나 이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왜 반대하는지 이유를 더 알아보려고 했으며, 제도를 다시 손봐서 민심이 돌아서기를 기다리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시 왕은 절대권력자였다. 더군다나 조선왕조 초기에 왕권 강화를 위해 세종의 선왕은 피바람을 마다하지 않았고, 형제들을 척살하고 정적들을 숙청해서, 세종을 절대왕권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그런 세종이었지만, 새로운 조세제도인 공법(貢法) 실시를 앞두고 민심을 가늠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선택했던 것이다.
나랏일에 쓰일 돈을 거두는 세제에 손을 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민감했던 모양이다. 복지정책에 쓰일 돈을 거두는 정부가 돈의 쓰임새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거둘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덜한 것 같아서 걱정이다.
박근혜정부도 재정 적자로 후손들에게 그 짐을 떠넘길 것인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더 거둘 것인지 이제는 국민들에게 세종대왕처럼 진지하게 물어볼 시점이 아닐까?
조미옥 리서치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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