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축협, 사기당한 땅 샀다 거액 물어줄 판

상주축산농협이 우량암소사육장 조성을 위해 수억원을 주고 매입한 땅의 절반이 사기로 등기된 부지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땅은 매입 당시부터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소유주와 매입 조건으로 걸었던 진입도로 개설까지 이뤄지지 않는 등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최근 재령 강씨 문중이 상주축협을 상대로 제기한 상주시 개운동 임야 2만1천818㎡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과 관련, 이달 말까지 상주축협이 재령 강씨 문중에 3억2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양측 중 한쪽이라도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으로 진행된다.

상주축협은 2009년 정부보조사업인 우량암소사육장 건립을 위해 부동산업자 김모(55) 씨로부터 이 부지와 상주시 가장동 임야 2만231㎡ 등 5필지 4만7천여㎡ 를 5억4천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업자 김 씨는 재령 강씨 문중의 동의를 받은 것처럼 속인 강모(50) 씨에게 8천만원을 주고 개운동 부지를 사서 상주축협에 되팔았다. 그러나 강 씨가 내놓은 동의서와 위임장은 모두 가짜였고, 강 씨는 지난 3월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씨가 속아 산 땅을 상주축협이 다시 매입한 셈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상주축협이 화해권고 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와 상주축협 모두 피해자이지만 김 씨는 큰 시세 차익을 얻었고, 상주축협은 수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 때문에 양측이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면 상주축협은 원 소유주인 재령 강씨 문중에 3억2천900여만원을 다시 지급해야 하고, 문중에서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사육장 기반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원상복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당시 부지 매입을 주도했던 조합장 김모(53) 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부지 매입 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부지 매입비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다 책정됐다는 것. 땅을 판 부동산업자 김 씨는 상주축협에 땅을 팔기 2년여 전부터 1억3천여만원을 들여 순차적으로 사육장 부지를 매입했다. 불과 2년 만에 매입금액의 3배가 넘는 4억1천만원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상주축협은 부지 매입과정에서 감정평가기관의 감정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소유권 이전 계약 당시 상주축협은 김 씨와 '폭 6m의 진입도로 개설을 책임지며 불이행 시 거래를 무효로 한다'는 특약까지 맺고도, 등기이전 5개월 전에 잔금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땅값을 모두 받은 김 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축협은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자체 예산 1억원을 들여 공사를 벌이다 산지 불법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상주축협 이사회는 최근 긴급대의원회를 열고 부지 매입을 주도한 조합장 김 씨가 사비로 부지 대금을 지급하라고 의결했다. 조합원들은 "등기 이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지매입비를 모두 성급하게 지급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조합장 김 씨가 특약사항만 관철시켰어도 이 같은 손실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장 김 씨는 "경찰 조사 등을 통해 거래 자체는 합법적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이전 거래자인 김 씨와 강 씨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건데 축협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땅값을 사비로 내라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