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고조 유방의 참모로 지략이 뛰어났던 한신은 충절과 배신의 길을 오갔다. 중국의 패권을 둘러싼 항우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운 한신이 제나라 왕 자리를 요구하자 유방은 이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제 이익만 먼저 챙긴다며 속으로는 괘씸해했다. 나중에 유방이 세력이 커진 한신을 견제하게 되자 한신의 측근은 그에게 독립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한신은 주군에 대한 충절을 내세워 이를 거절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유방이 한신의 지위를 격하하자 원망에 찬 한신은 반란에 가담하였다가 죽임을 당했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주치의였던 장 니콜라스 콜비자르를 매우 신임했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 달리 심한 천식을 앓던 나폴레옹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 콜비자르는 의사가 환자 몸에 손을 대고 그 위를 다른 손의 손가락으로 두드려 진찰하는 타진법을 고안, 서양 의료의 발전에도 이바지한 인물이었다. 그는 나폴레옹에게 정치적 조언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나서는 공직을 일절 맡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의리를 중시하는 행위는 칭송할 만하나 의리만 앞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 때도 많다. 최근 새누리당이 10'30 재보궐 선거의 경기 화성갑 선거구에 서청원 전 대표를 내정하자 논란이 이는 것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서 전 대표와의 정치적 의리를 고려한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서 전 대표의 비리 전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적 의리는 챙겼지만, 공천 과정의 민주적 절차를 소홀히 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정치 쇄신 의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긴 측면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내정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논란도 비슷하다. 용산 참사에 책임이 있는 김 전 청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보은 인사'로 주오사카 총영사에 발탁됐다가 이마저도 총선 출마를 위해 내던진 전력이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박명재 씨가 새누리당의 포항남'울릉 선거구 공천을 받은 것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정치적 의리'가 중요할 때도 있고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켜야 할 때도 있으니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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