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법 아니까∼" 보이스 피싱 사기단 등친 40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의 돈을 거꾸로 가로채간 기막힌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포항남부경찰서는 7일 전화금융 사기단에 통장을 빌려준 후 전화금융사기에 속은 피해자가 입금한 돈 2천만원을 사기단보다 먼저 출금해 가로챈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박모(42'서울)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초 전화금융 사기단에 대출 소개 문자를 받았다. 예전에 비슷한 수법에 당한 적이 있던 박 씨는 이것이 전형적인 사기 수법임을 알고 새로운 계획을 꾸몄다. 사기단의 수법을 역이용해 오히려 이들을 농락하기로 한 것. 박 씨는 문자를 보낸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사기단에게 속은 척하며 자신의 통장 사본과 체크카드 등을 퀵서비스를 통해 양도했다. 통장을 건네기 전, 미리 '입'출금 문자 서비스 통보' 서비스를 신청해 자신의 통장이 거래되면 휴대전화로 연락이 오도록 조치를 취한 뒤였다.

이후 지난해 7월 박 씨의 통장을 입수한 전화금융 사기단은 농협 직원을 사칭해 김모(57'여'포항시 남구) 씨에게서 2천만원을 박 씨의 통장으로 송금받았다. 전화금융 사기가 성공하기만을 기다렸던 박 씨는 자신의 통장으로 돈이 입금됐다는 은행 문자 서비스를 받자마자 재빨리 전액을 인출해 달아났다.

그러나 박 씨의 치밀했던 범죄는 특이한 인출방법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위장하고 은행 무인입'출금기(CD)를 통해 돈을 인출하던 박 씨는 무인입'출금기의 1회 인출 한도가 100만원인 까닭에 2천만원을 모두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절반 정도는 은행 창구에서 직접 인출했다. 경찰은 인출 당시 은행 폐쇄회로(CC)TV에 찍힌 박 씨를 탐문해 범행 일체를 밝혀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 통장을 돈을 받고 대여해줬다가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당해 경찰에 소환되는 등 한차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때 경험을 통해 이런 방법으로 돈을 가로챌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박 씨를 상대로 여죄가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박 씨의 통장을 도용한 전화금융 사기단의 뒤를 쫓고 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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