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제주도 성산 일출봉'올레길 18구간(닭머르)

인산인해 외국인 탐방객, 기기묘묘 일출봉 경관… 딴 세상 온 듯 환상적

올해 벌써 100만 명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인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 몰려든 외국인 숫자다. 지난해보다 63일 앞당긴 기록으로 연간 150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이면 인산인해. 평일에도 외국인 탐방객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가을을 맞아 그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한다.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이 90%에 육박한다. 나머지를 미국'영국'호주 등 영어권 사람들과 일본인들이 양분한다. 여기에다 국내 관광객 수를 더하면 연간 3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외국인 탐방객이 급증한 이유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 제주도의 대표적인 명소로 알려졌기 때문. 미국의 대표적 방송채널인 CNN은 2011, 2012년 2년 연속 성산일출봉을 '가보고 싶은 한국의 관광명소 50곳' 중 1위로 선정했다.

평일의 이른 아침인데도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오색의 복장들로 단장한 수많은 단체 탐방객들이 북적북적하다. 생김새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지만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달라 마치 우리가 외국 땅을 여행하는 느낌이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건너온 여행객들이고 드문드문 일본 사람들도 눈에 띈다. 사전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무심코 들른다면 대한민국이 아닌 중국 땅으로 여겨질 정도다.

매표소를 지나면 우측에 비스듬히 경사진 초원 위로 조랑말들이 보인다. 관광객들이 직접 타볼 수 있는 말들이다. 탐방로를 따르다 제일 먼저 좌측의 전망대로 간다. 어디서든 푸르디푸른 초원과 들녘, 아름다운 바다가 열리지만 제주도의 또 다른 섬, 우도를 가장 가까이 관측할 수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기암으로 형성된 일출봉의 표면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고 바닷가로 내려가 손을 담그며 바다와 일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성산 일출봉은 제주도의 수많은 여러 분화구 중에서는 드물게 바닷속에서 수중 폭발한 화산체다. 용암이 물에 섞일 때 일어나는 폭발로, 용암이 고운 화산재로 부서져 분화구 둘레에 원뿔형으로 쌓여 있는 화산섬이었으나 10만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신양해수욕장 쪽의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육지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우도가 정말 시원스럽다.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너머로 우도가 마치 한 마리의 날렵한 돌고래처럼 망망대해로 헤엄쳐 나가는 모양이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기묘묘한 다양한 형상으로 만들어진 기암 일출봉이 압권으로 측면에는 층리가 발달되어 있고 난공불락의 거대한 성벽처럼 웅장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 아래로 바다에 내려선 수많은 탐방객이 기암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일출봉으로 오르는 길은 단조롭다.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이정표도 친절하나 너비 1.5~2.5m로 1개뿐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복하는 사람들이 많아 심한 정체가 빚어지곤 했다. 그러나 일출봉 옛길이 복원되어 내림길로 활용되어 정체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성산 일출봉이 아닌 다른 깊은 산속이나 바닷가에 위치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묘한 바위들이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있음이 조금은 신기하다. 여유 있게 오르면서도 조망을 위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곤 한다. 제주도의 좌우바다와 성산읍, 그리고 일출봉 앞의 너른 초원과 우도, 한라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불쑥 솟아 무척 높아 보이지만 일출봉의 최고 높이는 해발 182m다. 매표소에서 30분 정도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의 높이 90m, 정상둘레 1,705m인 거대한 분화구가 보인다. 넓은 초지가 발달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소'말'양 등의 방목지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바위 벼랑에는 풍란과 춘란 등 1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며 커다란 암석 99개가 분화구의 사방을 에워싸고 있다.

조선의 지식인 매계 이한우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10가지를 매겼다. 이름하여 영주십경(瀛州十景)으로 성산일출, 영실기암, 정방하폭, 사봉낙조, 귤림추색, 녹담만설, 산방굴사, 고수목마, 산포조어, 영구춘화다. 그중에서도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를 십경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제1경으로 꼽았다니 그 전경이 얼마나 환상적일까.

너른 정상에서 원 없는 조망을 즐기고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일출봉 옛길이다. 예전에 소나 말을 기르기 위해 정상을 오르내렸던 길로 지난해 12월 사업에 착수해 9월 16일 개장했다. 길이 405m, 폭 2.5m(경사로 구간은 1.5m)으로 대부분이 나무데크 계단길이다. 길 주변의 일출봉 기암괴석은 물론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과 청정바다, 식산봉, 두산봉, 지미봉 등 수려한 자연경관과 한라산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다. 쉼터 역할을 할 전망대 2곳과 전망경 3곳 등 관람객 편의를 위한 시설들도 추가로 설치했다.

성산 일출봉 일대를 여유 있게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이내면 충분하다.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섭지코지를 잠시 들렀다가 나머지는 올레길로 채운다. 전체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7코스와 10코스라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대표적 코스가 18구간이다.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부터 조천읍 만세동산까지 이어지는 길로 총 길이 18.8㎞로 6, 7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간이 조금 긴 것이 흠이라면 반 정도 나누어서 탄다. 중간지점인 삼양검은모래해변에서 시작해 만세동산까지 이어 타거나 역으로 걷는 길을 권한다. 그중 '시비코지'에서 '닭머르'로 이어지는 바당길은 숨이 탁 트이는 풍경이지만 숨이 멎을 만큼 장대한 풍광이 연출되는 코스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가장 가슴 뭉클한 길이라 여겨도 손색이 없다. '신촌의 포구'와 '대섬' '연북정'은 덤.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되는 '조천 만세동산'은 항일 만세운동의 중심으로 제주의 역사를 상징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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