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상주 명주산업의 봄은 다시 온다

명주(明紬)는 누에고치가 만들어내는 천연 단백질 섬유인 견사(絹絲)로 만들어지는 천이며, 그중에서도 비단(緋緞)은 명주 가운데 특유의 광택을 띠는 천이다. 이러한 광택은 빛을 산란시켜 프리즘과 같이 형형색색의 반사광을 만들기 때문에 생겨난다.

여러 종류의 유충이 번데기가 되면서 단백질 섬유를 만들기는 하지만 누에처럼 양이 많지는 않다. 누에가 만드는 고치는 번데기 전체를 명주실로 감싸기 때문에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를 섬유로 활용해 왔다.

중국의 전설에는 황제의 아내 누조가 처음 비단을 만들었다고 하고, 비단은 원래 중국의 왕과 귀족만이 사용했으나 중국 문화의 전승과 함께 아시아에서는 가장 귀한 옷감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누에치기가 농촌마을에 큰 소득을 가져다주는 주요 농특산품 중의 하나였으나, 값싼 중국산 원사(原絲)가 대량으로 들어오고 나일론과 같은 화학섬유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누에치기 역시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고치는 동충하초가 돼 당뇨병 등의 특효약으로,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와 뽕잎은 차와 음료 등 웰빙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상주는 전통적으로 삼백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졌다. 삼백이란 쌀, 누에고치, 곶감을 일컫는 말로 상주에서 생산되는 이들 품목의 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에도 국내 명주산업의 사양화 바람은 상주에도 영향을 줘 현재는 상주 함창읍과 이안면 지역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상주의 경우 명주산업의 부활 희망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옛것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 속에 사람들은 다시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자연 섬유를 찾게 됐고, 명주 옷감의 우아함과 따스함에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함창명주는 질감이 부드럽고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데다 최근 개발한 제품들은 현대적 감각까지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상주에서는 함창 명주박물관을 개관하고, 누에 사육에서 명주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국산화를 위해 지난 4월 명주테마파크를 조성했다. 그리고 매년 이곳에서 '함창명주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경북도의 잠사곤충사업장도 최근 함창으로 이전해 준공식을 했다.

함창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은 올해 봄누에 30여만 마리를 사육해 6월 중순 500㎏의 순수 국산 생사를 생산했으며 가을에도 누에를 사육해 총 800㎏의 생사를 생산하는 등 생산량이 늘고 있다. 생산된 생사는 직조, 수의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져 늘어나고 있는 전국 명주 마니아들의 집중선택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 22명은 지난해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최고 기록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더 반가운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함창에서 30여 년 동안 전통 명주 옷감을 생산하고 있는 허호(56'허씨비단 대표) 씨가 지난 6월 섬유분야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고 경북도가 발표한 억대 경북양잠농가 12명 중 절반인 6명이 이곳 상주 함창명주 농가들이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함창명주는 상주 농업에 있어 또 하나의 고소득산업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상주시는 전국 제일의 양잠산업 중심지라는 옛 명성을 회복하고 슬로시티답게 전통산업 발전을 위해 뽕밭 조성과 명주 직기 개량, 건강 기능식료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잠사곤충사업장과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와의 협력을 통해 명주 생산은 물론, 누에와 뽕잎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한다면 웰빙시대에 각광받는 최고의 먹거리로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함창명주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내 관련 의상을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등으로의 수출 전략도 수립하는 등 함창명주의 세계화에도 도전할 것이다. 전통문화와 전통농업을 접목한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상주의 발전은 물론,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란 생각을 해본다.

성백영 상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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