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평등주의 눈떠가는 노예 파란만장 모험·인생

에퀴아노의 흥미로운 이야기/ 올라우다 에퀴아노 지음/ 윤철희 옮김/ 해례원 펴냄

올라우다 에퀴아노는 11세 때 노예상인에게 팔려 서인도제도의 농장으로 실려간 뒤 영국 해군 장교의 노예가 된다. 시종으로, 선원으로 10년간 대서양을 들락거렸다. 여러 차례 해전을 치르며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영리하고 모험심 강한 흑인 청년은 결국 스스로 돈을 벌어 자유를 산다. 에퀴아노는 인간 평등주의에 이끌려 1789년, 44세가 되던 해에 이 자서전 '흥미로운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 흑인 노예의 파란만장한 모험과 인생을 담은 이 책은 평등주의에 눈떠가는 노예의 심리를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다. 또 영국 노예 폐지 운동가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책이 나온 지 200여 년 만에 노예 서사문학의 효시로 불리게 됐다.

18세기 노예 출신 흑인 상인으로 대서양과 지중해, 북극해를 누빈 흑인 올라우다 에퀴아노. 그는 영국과 프랑스의 7년 전쟁에도 참여했다. 또 카리브해를 항해하며 노예무역의 실상을 생생히 고발한다.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지중해는 물론 북극해도 탐험하며 문명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이 책은 노예 출신으로서 노예제 폐지를 부르짖는 한 흑인의 절절한 육성을 담고 있다. 주인공 에퀴아노는 백인에게 학대받고 멸시당하며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인 노예제 본성을 비판한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통해 노예제의 부당함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책은 출간 이후 백인사회에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노예해방운동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 책이 펭귄 클래식 100선에 꼽힌 것은 그만큼 문학사적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노예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노예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어 표현력과 사건 묘사 능력이 뛰어나다. 책 속에서 성경 구절과 밀턴의 '실락원' 구절 등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것으로 보건대 에퀴아노는 지적 수준도 매우 뛰어났던 듯하다. 그는 백인 여성과 결혼해 적잖은 부를 쌓았고 영국 정부가 신뢰하는 흑인으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문학적 시각으로는 평등주의를 갈구하며 노예무역의 잔인성을 고발한 문학적 성취물로 불린다. 또한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노예 해방과 인권 문제에 있어서 최고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 책에 대해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까지 전쟁, 자연, 재해, 연구, 발명, 발견, 제도 등 인류에게 일어난 사건을 총망라해서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1천 가지 사건'을 선정했는데, 에퀴아노의 책은 그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391쪽. 1만9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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